경제

트럼프發 무역전쟁… 삼성·LG 세탁기에 관세 폭탄

상 상 2018. 1. 24. 18:36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8.01.24 03:14


[, 한국엔 강공 펴면서'흑자 한국 3' 일본엔 보복 안해]

 

16년 만에 '세이프가드' 발동

세탁기 최대 50% 관세 매기고 태양광 제품에도 최대 30%

김현종 본부장 "WTO에 제소"

 

미국발() 글로벌 무역 전쟁의 막이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22(현지 시각)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치)를 발동했다고 밝혔다. 2002년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철강 제품을 대상으로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이후 16년 만이다. 세이프가드는 주로 신흥국이 선진국으로부터 시장을 지키기 위해 활용했으나 이번엔 미국이 통상 전쟁의 무기로 이용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세이프가드의 주요 타깃이 한국과 중국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수입하는 세탁기의 약 90%250만대가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제품이다. 올해 최대 50%의 관세가 붙는다. 업계에서는 세이프가드로 최대 수천억원의 손실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태양광 패널은 올해 최대 30%의 관세를 부과받는다. 중국도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이 제재를 받는다.

 

통상 전문가들은 "집권 2년 차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때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뽑아들었던 보호무역주의라는 칼을 본격적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이 최대 무역 적자국인 중국을 겨냥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의 사정권에 같이 들어가버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는 "자국 이익을 위해서는 기존 통상 질서도 무시한다는 게 트럼프 정부의 방향"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공정 무역을 조사하는 대통령 직속 기관인 미 국제무역위원회로부터 "FTA를 맺은 국가는 규제 대상에서 빼라"는 권고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했다. 자국 세탁기 업체 월풀의 요청은 수용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3"이번 세이프가드는 급격한 수입 증가 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 트럼프 정부의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발동과 관련, 미국이 중국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제재 조치는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는 작년 4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8월에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에 착수했다. 11월에는 중국산 알루미늄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직권 조사를 시작했다. 직권 조사는 미국 업체의 요청이 없더라도 정부가 특정국 수출품의 덤핑 여부를 조사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강력한 무역 제재 수단으로 1991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미 정부의 무역 구제 조치 남용"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은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백인 노동자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국이 큰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다.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중국의 30분의 1이다. 하지만 미국 경제·통상 분야 전문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지난해 발표한 '트럼프 정부 보호무역'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품목 중 반덤핑·상계관세 등 규제 중이거나 규제를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인 비중(액수 기준)12.2%로 가장 높았다. 중국(10.9%)은 우리보다 낮았다.

 

또 대미 무역 흑자가 한국의 3배인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이렇다 할 보복을 당하지 않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의 발 빠른 통상 외교, 일본의 중국 견제 역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이 호두 까기 기계(nut-cracker) 속의 호두처럼 끼어 있는 상황이 심화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세이프가드(safeguard)

 

긴급 수입 제한 조치.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업체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고 판단할 경우 추가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 원산지를 따져 관세를 매기는 반덤핑 관세보다 파급력이 크다.

 

김승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