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8.01.09 00:02 수정 2018.01.09 11:01 | 경제 8면 지면보기
부자 따라잡기 1/9
기축통화 달러 대표적 안전자산
지난해 말부터 원화값은 상승세
위험도 높아 분산 투자가 적절
외화 예금, 뮤추얼펀드 관심을
.요즘 주변에서 심심찮게 달러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예금·펀드·주식·부동산이 주요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됐다면 여기에 달러를 포함하는 것을 신중하게 고려해 볼 만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재테크 수단으로 달러를 이용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각국 통화 가운데 매우 한정된 몇 국가의 돈만이 국제 거래에 통용되는 세계 통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기축통화’라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 달러가 금본위제의 한계점을 보완하면서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주된 통화 역할을 수행했고 기축통화로서 입지를 확고하게 굳혔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강세와 약세에 따라 글로벌 경기의 흐름을 가늠해 볼 수도 있다.
먼저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를 보자.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이 상승 흐름을 이어간다면 전 세계에 풀린 달러가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면 세계 시장에서 달러가 마르면서 달러 가치가 높아지는 달러 강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원화가 약세가 된다는 의미이다.
전 세계 경제가 침체하고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인 2008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자 안전자산 선호심리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 확보 경쟁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달러 수요가 증가해 달러 가치가 강세로 전환·유지되는 걸 경험했다. 유럽·일본·영국이 극심한 경기 침체에 처한 경우에도 달러가 강세를 나타낸다. 2009년 남유럽의 재정위기로 그리스·아일랜드 등에 큰 위기가 닥치자 유로 가치는 크게 떨어졌으며 달러는 강세를 보였던 것이 좋은 예다.
반대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경우를 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폭이 커지면서 달러 유동성이 다른 나라로 몰리면 일반적으로 달러가 약세로 전환된다. 미국이 달러를 너무 많이 찍어내면 전 세계에 달러가 흘러넘쳐 약세가 되고 유로가 강세가 되면 달러가 약세가 된다.
또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회복 기미가 보이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잦아든다. 이에 따라 수요가 줄어 달러는 약세의 흐름을 보이게 된다.
.최근 달러당 원화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PB센터를 거래하는 고객들은 달러당 원화가치가 오를 때마다 달러 매수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하는 편이다. 돈벌이 수단으로서 가장 안전한 화폐로 불리는 달러 투자에 대한 이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연 1%대의 초저금리와 더불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자산 관리를 위한 분산투자 목적의 달러 투자가 안정성 높은 투자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올해도 달러당 원화값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이 많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은 이미 달러 가치에 반영된 측면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 달러’를 선호하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된 정책 방향은 미국 제조업 육성과 수출 증대, 무역적자 축소로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달러가 약세를 유지하는 편이 유리하다.
반면 원화는 지정학적 위험 요소를 떨치고 안정적인 대외 신인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핵 리스크가 다소 완화된 모습을 보이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내·외적 상황에 따라 원화의 가치가 급락한다면, 전체 자산의 가치 또한 함께 떨어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 달러화·엔화 등 안정적인 기축통화 자산을 분산해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달러에 투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만 소개한다.
먼저 달러가 약세일 때 달러를 매수한 후 달러당 원화가치가 내렸을 때(달러 강세 전환) 팔아 환차익을 얻는 방법이 있다. 물론 환율 변동을 예측하는 것은 무수하게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쉽지 않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추세 변화를 따져보면 괜찮은 투자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달러 수요가 정해져 있는 경우라면 환율 변화에 맞춰 해외 송금 등에 적정하게 사용하는 방법 또한 좋은 투자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외화 예금을 이용하는 것도 달러 투자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은행에서 외화 예금 통장을 개설하면 되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이다. 계좌에 원화로 입금하면 당시의 환율로 계산해서 달러화로 통장에 입금된다. 달러 약세 때 외화 예금을 하면 나중에 달러 강세로 돌았을 때 돌려받는 원화가 늘게 된다. 예금 이자도 받고 원금 손실의 위험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듯 국내에서도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도 있다. 해외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유망한 해외기업을 선택해서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환율의 변동뿐 아니라 해당 기업의 주가에 따라 수익이 크게 변하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 사후 분석과 관찰이 병행돼야 한다.
외화 예금은 안정성은 높지만, 수익률이 낮고, 해외 주식을 직접 사는 것은 환율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의 주가 변동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렇다면 해외 뮤추얼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해외 자산에 투자한다는 개념은 직접 투자와 같지만, 투자 전문가들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운용한다는 점에서 투자자가 직접 신경 써야 할 일이 적다.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가지고 세계 경제 주요국의 다양한 기업과 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가입 후 언제든지 환매를 할 수 있어 환차익도 노릴 수 있다. 시장 상황에 부합되는 상품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투자하기 전에 전문가와 꼼꼼하게 따져보고 상품가입을 하는 것이 투자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다.
. 원화 자산만 보유하고 있었던 A씨는 최근 달러당 원화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자산관리 전문가인 프라이빗뱅커(PB)와 상담 후 보유 중인 포트폴리오를 외화 자산과 국내 주식형 펀드 비중을 높였다. 달러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고 해서 내가 가진 돈을 모두 투자하거나 자금 수요 계획에 맞지 않은 자산 구성을 한다면 낭패를 보기 쉽다. 자산의 일부를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고 단기적인 접근보다는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에 임하는 것이 달러 투자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이재철 KEB하나은행 Club 1 PB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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