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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원자력 나오면 귀막아… 한국 "협상장 뛰쳐나올 뻔"

상 상 2012. 7. 23. 18:17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2.07.23 03:06 | 수정 : 2012.07.23 06:08

 

[제2부 원자력 협정] [1]

美, 협상서 시종일관 고압적… 동맹 아닌 核 비확산 차원서 다뤄

美, 핵개발 우려 내세워 한국입장 들어보려고도 안해

협상팀 "美국무부 반대 거세", 국내 업계선 "정부 의지 약해"

 

미국은 한국과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서 '최고 동맹국'에 걸맞은 배려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 이 협상을 동맹 차원이 아니라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전파를 막기 위한 비확산 정책 차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서 우리 정부와 미국 측의 목표가 전혀 다르다는 점은

지지부진한 협상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원자력 협정 개정문제에서 미국은 우리의 말을 아예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는다"며

"우리측 관계자 중에는 미국과의 협상장을 뛰쳐나오고 싶었다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고리 원전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사가 전반적인 시공을 맡아 원전 설비와 연료 공급 등을 총괄했다.

미국은 1970년대 한국이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었고,

2000년대 우라늄 농축 실험을 하려 했다는 과거의 전력(前歷)을 내세워 한국을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한국이 미국에 원자력 관련 기술과 재료·부품 등을 크게 의지하고 있는 만큼

한국이 결코 협상을 깨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협상에서 고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 내에서 국무부가 강경론을 펴는 반면 에너지부는 우리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입장이라고 한다.

미 국무부와 에너지부 간의 이견은 기술적 측면 외에 경제적 고려도 포함돼 있다.

미 에너지부는 한국과의 원전산업 협력을 통해 이익을 얻는 미 원전업계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의 협상은 핵무기 비확산에 중점을 두고 있는 미 국무부 비확산국이 맡고 있으며,

그 중심엔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비확산 및 군축담당 장관 특별보좌관이 자리하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 협상에 참여했던 전직 고위 관계자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아인혼이 버티고 있는 미 국무부"라며

"한미동맹 관계를 중시하는 백악관도

워싱턴 내 여론 주도층에 대한 영향력이 큰 비확산파의 반대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양국 외교부 간 공식 채널과 별도로 청와대·백악관 간 고위급 협상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우리 외교부에서는 지난 2009년 만들어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TF(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박노벽 에너지자원대사가 미 국무부와의 협상을 총괄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청와대·백악관 협상 채널은 최근 퇴직한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과 데니스 맥도너 국가안보부보좌관이 맡아 왔다.

 

그러나 우리 원자력업계는 정부의 협상 의지와 전략 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우리 과학자들이 직접 핵물질을 다루려면 미국에 가서 미국 측이 제공한 핵물질로만 연구해야 한다.

과학실에서 포괄적인 실험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권리는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원자력업계는 현재 협정으로는 우리가 보유한 핵물질을 이동할 수 없는 현실을 문제 삼기도 한다.

 

국책 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현재 40년인 협정 주기를 20년 정도로 줄이는 것도 급선무"라고 했다.

농축 및 재처리 분야에서 우리측 기술 수준이 초보 단계인 만큼

이 분야에 대한 기술력을 쌓은 뒤 미국 측과 다시 협상하는 게 현실적이란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