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웃을 수만은 없는 ‘단군이래 최대 수출호황’

상 상 2018. 1. 2. 18:30

출처: 동아일보, 입력 2018-01-02 03:00수정 2018-01-02 09:07

 

작년 5739억달러 역대 최고치

 

지난해 한국 수출액이 5739억 달러(613조 원)1년 전보다 15.8% 증가했다. 무역통계를 작성한 1956년 이래 61년 만에 사상 최고치다. 수출이 최고 실적을 보이면서 전 세계 수출 순위도 8위에서 6위로 두 계단 올라섰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3.6%로 역대 최고치였다. 하지만 이 같은 가파른 수출 성장세가 올해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올해 수출 성장률이 4.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의 4분의 1 수준이다. 반도체를 비롯해 스마트폰 등 무선통신기기와 가전제품 수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공급 과잉인 조선, 철강 분야 수출에는 이미 먹구름이 끼었다. -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도 수출 경쟁력에는 악재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수출이 흔들리면 곧바로 경기 전반이 얼어붙을 수 있다.

 

반도체-기계 쌍끌이 수출 주도

 

지난해 수출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견됐다. 지난해 1117일 수출액이 역대 최단 기간에 5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인 데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반도체와 석유제품 등의 수출 단가가 높아진 덕분이다.

 

특히 반도체 수출액이 크게 늘면서 전체 수출을 끌어올렸다. 반도체(9794000만 달러)는 단일 품목 사상 최초로 연간 수출액 9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정보기술(IT) 기기 사양이 높아져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 반도체 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17.1%) 역시 사상 최대였다.

 

일반기계(4866000만 달러) 수출액도 역대 가장 컸다. 주요국 건설경기가 회복되고 신흥국 설비투자가 늘어나면서 기계 수출이 늘었다. 석유화학과 석유제품 등 9개 부문의 수출이 증가했으며 이 중 6개 품목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2월 선도분이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하는 등 국제 유가가 상승한 것도 수출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원유를 들여와 정제해 판매하는 석유화학 정유 비중이 높은 한국 산업구조 특성상 국제 유가가 오르면 그만큼 석유화학 및 정유제품 판매가가 상승해 수출액 증가로 이어진다.

올해 수출은 4% 증가 그칠 듯

 

문제는 올해다. 세계 경기 회복, IT 분야 수요 증가 등은 긍정적 요인이지만 악재도 곳곳에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강화, 북핵 리스크 등 지정학적 악재가 한국 수출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 산업부는 원화 강세, 고금리, 유가 상승 등 신()3고 현상과 보호무역주의가 한국 무역에 부담이라고 밝혔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부터 상황이 지난해만 못하다. 가격 상승세가 약화되면서 올해 수출은 소폭 상승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의 경우 유가 상승으로 수출 단가는 상승하지만 중국의 정제설비 확대가 한국 수출에 악재다.

 

선박, 철강 등도 밝지만은 않다. 지난해 해양 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수출해 깜짝 성장세(전년 대비 23.6%)를 보인 선박은 다시 부진이 예상된다. 2016년과 지난해 수주한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해양 플랜트 수출도 감소세이기 때문이다. 철강은 미국이 수입 규제를 강화하고 중국이 저가 제품을 수출해 국제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큰 변수 중 하나는 계속 하락하는 환율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29일 종가 기준으로 달러당 1070.5원에 마감해 1년 만에 12.8% 떨어졌다. 환율 하락세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올 상반기까지는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환율 전망을 10601115원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1050106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올해 10% 이상의 수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은 일반기계와 컴퓨터다. 산업부는 세계적으로 건설경기가 호황인 데다 설비투자를 확대해 건설기계와 공작기계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컴퓨터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