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 아직 냄비 속 개구리… 미래 대비 부족"

상 상 2018. 1. 4. 19:39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8.01.04 03:00

 

[맥킨지 한국사무소 최원식 대표]

 

무방비 상태로 당하는게 리스크경제 좋을때 경쟁력 확보해야

내년엔 본격 글로벌 경기 조정, 올해 경제 체질 미리 다져놔야

 

 

"모두가 알고 있는 문제는 리스크가 아닙니다.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당하는 게 진짜 심각한 리스크죠."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한국사무소 최원식(50) 대표는 최근 서울 을지로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글로벌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을 만나 보니 하나같이 3~5년 내 경기 조정(둔화 또는 침체)이 올 수 있다는 얘기를 하더라""반면 한국은 정부건 기업이건 미래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지난 2013년 한국 경제를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해 주목을 받았다. 조금씩 뜨거워지는 줄 모르다가 끓는 물에 죽는 개구리처럼, 한국 경제가 서서히 진행되지만 곧 닥쳐올 엄청난 변화에 대처하지 않아 큰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4년여가 지난 현재 한국 경제 상황도 '냄비 속 개구리'와 유사하다면서 "그나마 경제 상황이 좋을 때 중장기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하는데, 지금 한국은 그런 준비를 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가계 부채나 금리 인상 같은 문제는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해결 가능성이 생겨 진정한 리스크로 볼 수 없다""진짜 리스크는 아직 많은 사람이 제대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곳에서 찾아오는데, 그건 중장기 경쟁력 확보 전략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IMF(국제통화기금)·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국제기구들도 한국에 대해 "경제 환경이 우호적일 때 구조 개혁을 하라"는 조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 등을 통해 구조 개혁보다는 복지 확대 등 나눠 주는 정책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외국은 다르다. 최 대표는 "독일, 일본, 싱가포르 등 정부를 보면 생산성 증가를 위한 새 동력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는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역량센터'를 만들어 50여개 글로벌 기업과 함께 4차 산업혁명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최 대표는 "싱가포르 정부는 디지털역량센터를 통해 글로벌 기업들과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반면 한국에선 구체적인 실천의 움직임이 없다"고 지적했다.

 

중장기 대비가 필요한 것은 지금의 세계 경기 호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의 CEO와 임원들은 201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글로벌 경기 조정에 대비할 것이라고 얘기한다""그런 점에서 2018년은 경제 체질을 미리 다져 놔야 하는 중요한 한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경제도 마찬가지로 올해 어떤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경제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민관 합동 모델 마련을 주문했다. 그는 "체질 개선과 구조조정을 제1 어젠다로 삼고, 신성장을 위한 디지털 경제 모델 마련을 제2 어젠다로 삼아 민관이 함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정부는 대기업을 배제한 채 '혁신 성장' 모델을 만들고 있으며, 오히려 재벌 개혁 등을 이유로 대기업을 압박한다는 지적이 있다.

 

최 대표는 "진정한 신성장 모델을 만들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이 굉장히 깊게 협력해야 한다""정부 정책도 일종의 투자로 보고 괜찮은 수익률이 나올 수 있도록 큰 합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현 정부 들어 추진하는 많은 것이 알고 보면 이전 정부에서도 추진하던 것들"이라며 "정책의 타이틀을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현실화할지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