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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臣) 아무개는 죽을 죄를 짓고 삼가 아룁니다. 옛날에 신의 처지가 위급함이 거꾸로 매달린 것 같았을 때 멀리서 건져주신 은혜를 입어 겨우 죽을 것을 면하였으니, 몸이 가루가 되고 뼈가 바스러진다 하여도 크나큰 은혜를 갚기 부족하고 머리가 부수어져 재가 되고 먼지가 된다 하여도 어찌 자애로우신 은혜에 보답할 수 있겠읍니까? 그러나 원한 깊은 백제는 저희 나라 가까이까지 침입하면서 황제의 군사를 끌어들여 신을 죽이고 치욕을 갚으려 하였습니다. 신은 파멸의 처지에 놓여 스스로 살 길을 찾으려다가 억울하게도 흉악한 역적의 이름을 뒤집어쓰고 마침내 용서받기 어려운 죄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신이 이런 일의 내용을 아뢰지 못하고 먼저 형벌을 받아 죽게 된다면, 살아서는 천자의 명령을 거스른 신하가 되고 죽어서는 은혜를 저버린 귀신이 될까 두려워 삼가 일의 사정을 기록하여 죽음을 무릅쓰고 아룁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잠깐 귀를 기울여 들으셔서 근본 이유를 명확히 살펴주십시오.
신은 전대(前代) 이래로 조공을 끊이지 않았으나 근래에 백제 때문에 두 번이나 조공을 빠뜨려서 마침내는 황제의 조정으로 하여금 조서를 내고 장수에게 명하여 신의 죄를 성토하게 하였으니, 신의 죄는 죽어도 오히려 남음이 있어 남산(南山)의 대나무로도 신의 죄를 다 기록할 수 없고 포야(褒斜)의 수풀로도 신을 처벌할 형틀을 만들기에 부족할 것입니다. 저희 종묘와 사직을 헐어 늪과 연못으로 만들고 신의 몸을 찢어 죽이더라도 사정을 듣고 판단을 내려주신다면 달게 죽음을 받겠습니다. 신의 관을 옆에 놓고 진흙 묻은 머리도 마르지 않은 채 피눈물을 흘리며 조정의 처분을 기다려 삼가 형벌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엎드려 생각컨대 황제 폐하께서는 밝으심이 해와 달 같으셔서 포용의 빛을 구석구석까지 비추시고, 덕은 천지와 합치하여 동식물 모두 양육의 은혜를 입었으며 살리기 좋아하는 덕은 곤충에게까지 멀리 미치고 죽이기를 싫어하는 어진 마음은 물고기와 날짐승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만일 복종하면 놓아주는 용서를 내리시고 허리와 머리를 온전하게 해주는 은혜를 내려 주신다면, 비록 죽더라도 산 것이나 다름없을 것입니다. 바라는 바는 아니었지만 감히 마음 속의 품은 바를 말씀드리며 칼에 엎드려 죽을 생각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삼가 원천(原川) 등을 보내 글월을 올려 사죄하고 엎드려 칙명에 따르겠습니다. 저는 머리를 조아리고 또 조아리며 죽어 마땅하고 또 마땅합니다.』
이와 아울러 은 33,500푼[分], 구리 33,000푼, 침 400개, 우황 120푼, 금 120푼, 40승포(升布) 6필, 30승포 60필을 바쳤다. 이 해에 곡식이 귀하여 사람들이 굶주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