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신흥국 위기가 주는 교훈

상 상 2014. 2. 26. 17:19

 

출처; 헤럴드경제, 기사입력 2014-02-25 11:31

 

새해 벽두부터 지구촌 곳곳이 경제난과 정국 혼란으로 신음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24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대를 향한 폭탄 공격으로 6살짜리 여자 어린이가 또 숨졌다. 지난해 11월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세력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작된 반정부 시위로 인한 사상자는 700여명을 넘어섰다. 완강히 버티던 잉락 친나왓 총리는 최근 불거진 부정부패 의혹으로 급격히 힘을 잃고 있다. 쌀 수매대금을 받지 못한 농민들까지 시위에 가세하면서 잉락 총리의 하야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1년에 이은 제2의 국가부도(디폴트) 위기로 또다시 눈물짓고 있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올 들어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15% 넘게 급락했다. 살인적인 물가는 서민들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

 

옛 소련권의 핵심 국가인 우크라이나는 경제난과 정치 혼란, 외세 개입 등의 악재가 겹친 ‘퍼펙트 스톰’에 직면해 있다. 100여명 넘는 희생자를 낳은 반정부 시위로 친러 정권은 무너졌다. 하지만, 동서 갈등과 디폴트 우려로 여전히 국가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

 

영국과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이 국제통화기금(IMF)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긴급 금융 지원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외부자금 수혈을 받더라도 디폴트 위험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다.

 

외교ㆍ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유럽외교관계이사회(ECFR)의 마크 레너드는 “우크라이나는 파산상태이고, 정부 시스템은 끔찍하게 무너졌으며, 부정부패는 광적인 수준”이라며 “누구도 우크라이나가 가진 문제를 끌어안으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저에는 심각한 경제난과 함께 러시아와 서방의 패권 다툼이 자리 잡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1991년 소련의 붕괴와 함께 종식된 ‘냉전시대의 부활’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경제난 타개를 위해 유럽연합(EU)과 경제협력을 꾀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무역 보복으로 지난해 11월 EU와의 협상은 결국 무산됐다. 이때부터 시작된 친러파와 친서방파의 갈등으로 정국 혼란은 가중됐다. 경제는 풍전등화 신세로 내몰렸다. 러시아와 서방을 오가는 등거리 외교에 실패한 대가는 가혹했다.

 

러시아와 EU의 영향력 확장 경쟁에 희생물이 된 우크라이나 사태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조되고 있는 중ㆍ일 갈등으로 동북아에서 우발적인 군사충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패권 경쟁의 불똥이 언제든 한반도로 튈 수 있다. 민감한 국제정세 개입을 꺼리는 미국은 더 이상 우리의 방패막이가 못 된다.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등 대규모 유혈사태를 통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무기력하고, 소극적인 ‘외교 테이퍼링’ 노선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인정하긴 싫지만, 주변 열강에 비해 아직 우리의 힘은 약하다. 미국과 중국, 일본 간 동북아 역학관계를 이용해 안정과 부를 함께 취하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실리외교가 절실한 시점이다.

 

강주남 국제팀장 namk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