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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 統一때 화폐통합 3년·경제통합 최소 10년"

상 상 2014. 2. 13. 17:12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4.02.13 02:59

 

[KDI, 국책연구기관 첫 경제통합 방안 발표]

 

北을 거대한 특구로 지정해 안정적인 경제통합 이뤄야

통일땐 北 110만명 넘어올 수도… 당분간 분리체제 유지 바람직

北에 복지·의료체계 갖추고 고학력 저임금 노동자 투입땐 1인당 소득 年 13~20% 성장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북한의 급변 사태 등으로 급격한 통일이 되더라도 한국과 북한의 경제권역을 10년 이상 한시적으로 분리 운영하는 방식으로 통일 비용을 감축하자는 내용의 점진적 경제통합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국책 연구 기관인 KDI가 남북한의 통일 이후 경제통합 시나리오를 공론화한 건 처음이다.

 

◇"통일 후 10년 이상 '北 경제특구' 운영하자"

 

KDI는 이날 '남북 통합의 경제적 기초' 등 4개 통일 보고서에서 "2012년 현재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를 상회하는 반면 북한은 20~40배 차이 나는 500~1000달러 수준"이라며 "이 상태로 통일이 된다면 북한 인구(2430만명·2011년 기준)의 4.5%에 해당하는 110만명이 남한으로 이동하고 북한의 토지 등 자산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북한 지역 내 경제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상단 기간 분리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KDI는 "통일 비용을 줄이고 안정적 경제통합을 이루기 위해 북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경제특구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에 사회복지·의료체계를 구축하고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진 저임금 노동력을 제조업에 투입하면 북한의 1인당 소득을 특구 설치 10년간 연평균 20%씩, 20년간 연평균 13%씩 성장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KDI는 남북한 화폐 통합에 3년, 남북한 간 이주가 자유화되고 모든 경제 제도가 합쳐지는 완전한 경제 통합에는 최장 10~20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KDI는 이 과정에서 남북 간 여행은 즉각 자유화되겠지만, 이주는 남북 양쪽 경제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DI는 이번에 '북한 특구'를 제안하면서 홍콩 특구와 영국·스코틀랜드 모델을 염두에 뒀다. 특구가 본토와 동일한 정치·외교·국방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별도 행정기구·자치의회가 관할하는 이원적 경제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KDI는 이 같은 '정치 통합 후 점진적 경제통합' 방식 이외에도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을 통해 개혁·개방을 이끌어내는 '경제 주도형'과, 정치적 통합에 경제적 통합이 즉각 이어지는 '정치 주도형' 방식도 제시했다. 다만 '경제 주도형'에 대해선 북한의 의지에 따라 통합 과정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고, '정치 주도형'은 통일 비용이 급증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KDI는 북한 정권이 시장 개방을 선택할 경우 북한의 연간 무역 규모가 중·단기적으로 5배 증가하면서 통일 비용 감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기시돼온 '경제통합 시나리오' 공개

 

KDI가 이번에 '북한 경제특구'를 포함한 통일 시나리오를 공표한 건 정치적 통일 노력과 별개로 국가적 남북 경제통합 시나리오를 공론화할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0년간의 '햇볕정책' 기간을 거치면서 한국이 북한 경제의 통합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금기시되어 왔다"며 "하지만 정치적 통합에 이은 경제적 통합의 방법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컨센서스를 모아갈 시점이 됐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KDI가 제안한 단계적 통일 방안이 공론화될 경우 급속한 통일에 거부감을 가진 국내 젊은 층 등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정치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통일 이후의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 두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다만 이 같은 계획을 국론에 이르는 합의로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선정민 기자 전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