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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격변기…승자의 필요충분조건

상 상 2014. 2. 11. 17:09

 

출처: 매일경제, 기사입력 2014.02.10 17:43:51 | 최종수정 2014.02.10 17:56:37

 

1939년 4월 뉴욕 세계박람회.

 

러시아의 유대계 빈민 출신인 데이비드 사프론 RCA(훗날 ABC방송과 NBC방송 모태가 됨) 대표는 사상 첫 TV중계무대 앞에 섰다. TV 개념을 구상한 지 13년 만에 10인치 흑백 텔레비전 중계를 선언하기 위해서다. 무대 주변은 전기열 때문에 온통 뜨거웠다. TV방송의 첫 주인공은 프랭크린 루스벨트 대통령. 그는 첫 TV방송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고 축하했다. 이어 등장한 샤프론은 벅찬 목소리로 말했다.

 

"라디오에 화면과 음성을 추가했습니다. TV는 근심 많은 세상에 희망의 횃불처럼 빛나게 될 예술입니다."

 

사람들이 TV에 나와 말을 한다는 사실에 세상은 충격과 더불어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고 프로그램도 별로 없어 축축한 성냥갑 속 성냥처럼 취급받았다. 이런 시간이 10년 동안 이어졌다. 미디어들은 `샤프론의 실책`이라고 비판했다. GE와 제니스 등 미국 간판 전자회사들도 무모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샤프론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매일 16시간씩 TV 연구원들과 함께하며 각종 실험들을 지원했다. 그는 결국 과도한 열을 내는 전기 문제를 잡았고, 컬러TV 시험방송까지 성공했다. 미국은 그를 새 역사를 쓴 텔레비전의 아버지로 평가했다(토드 부크홀츠, `죽은 CEO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

 

우리 경제 발전 과정에도 샤프론 같은 기업가 정신의 도전이 있었고, 굴곡도 많았다. 1980년 재계 서열 6위였던 쌍용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5위였던 효성은 살아남았지만 지금은 26대 그룹으로 밀려났다. IMF 환란위기 중에는 30대 그룹 중 17개가 망했다.

 

반면 삼성은 CJ, 신세계, 한솔로 분리하고도 확실한 재계 1위가 됐으며 삼성전자는 `글로벌 톱`으로 성장했다. 현대차그룹도 현대중공업, 현대, 현대백화점, 현대해상그룹과 계열분리하고도 2위로 올라섰다.

 

무엇이 이들의 흥망성쇠를 갈랐을까.

 

어떤 장애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과 치밀함, 끈기와 근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치권력 때문에 망했고, 규제 때문에 성장을 못했다고 탓해서는 발전이 없다.

 

솔직히 얘기해보자. 권력은 유한하다. 기업인이 비전과 의지만 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침내 성공했던 게 우리 기업 발전의 역사다.

 

이제 대한민국 재계는 다시 한 번 기회를 맞고 있다. 저성장 늪으로 빠져든 국내시장만 보면 열악하지만 국외는 여전히 광활한 기회의 땅이다.

 

통일이라는 `대박의 기회`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올 수 있다. 북한 장성택 처형 이후 통일이 5년 안에 온다는 전문가들이 많아졌다. 통일과정은 큰 격동기가 될 것이다. 이 시기에도 분명히 산 자와 그 자리에 머무른 자, 퇴보한 자, 죽은 자가 갈릴 것이다. 미리 전략을 짜고 액션플랜을 만들어 놓은 기업은 살아남고, 더 강해질 수 있다.

 

대동강가에 빌딩을 올리고 대북 경제개발의 핵심축을 담당하는 기업이 나오는가 하면, 통일을 발판 삼아 시베리아를 횡단해 유럽으로 달려나가는 기업도 등장할 것이다. 신의주를 거쳐 선양, 베이징으로, 다시 비단길을 거쳐 유럽시장으로 공략해 들어가는 기업들도 나타나지 않을까.

 

직원들에게 또 청소년들에게 미래를 열어주고 싶은 기업인이라면 다시 한 번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 뛰라고 얘기하고 싶다.

정치권력이나 관료들도 기업의 거침없는 도전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공정한 경쟁 기회를 막는 최소한의 법률을 제외하곤 가능한 한 모든 규제를 허물어야 한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힘차게 차고 올라오는 우리 기업들의 날갯짓을 보고 싶다.

 

[서양원 부국장 겸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