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을 보는 일조차 만만치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ISS에서는 정밀한 과학 실험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
그래서 1993년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과학자들은 공중부양장치를 개발,
지상에서 우주환경을 재현했다. 당시 이 프로젝트는 한국인 과학자 임원규 박사가 주도했다.
국내 연구진이 최근 이런 공중부양 장치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 이근우 박사팀은 “물체를 공중에 띄워 1500도 이상으로 가열하고
그 성질을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장비를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공중부양 마술을 과학자들이 직접 선보이게 된 것이다.
◆ 초당 500번 계산해 자세 잡는다
지난달 28일 대전에 있는 표준연 광도센터 실험실.
방 안에 들어서니 둥근 원통 모양의 은색 장비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우주선처럼 생긴 이 장비의 옆면에는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유리창도 있었다.
눈을 갖다 대 보니 동그란 구슬 모양의 금속이 한 곳에 둥둥 떠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근우 박사는 “바닥에서 공중으로 띄우기도 쉽지 않지만,
공중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게 하는 게 더 어렵다”면서
“1초에 500번씩 위치를 다시 계산해 정밀하게 자세를 조정해주는 기술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 ▲ 공중부양장치/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그동안 1200도가 넘는 온도에서 물성(物性)을 알아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물체의 온도를 높이다 보면 실험장치들의 온도까지 덩달아 올라가고,
물체가 깨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강회사들도 1200도 이상의 영역에서는 쇳물의 물성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전기장 원리를 이용해 공중부양 장치를 만들었다.
원리는 이렇다.
먼저 구리로 둥글넓적한 판 두 개를 만들고 가운데 공간을 남긴 채 위와 아래에 고정해 매달아 놓는다.
그리고 위쪽 판에 전자(-)를 흘려 마이너스 성질을 갖게 하면 아래쪽 판은 자연히 플러스(+)가 된다.
이 상태에서 아래쪽에서부터 공중에 띄울 물체,
예를 들어 쇠구슬을 서서히 밀어올리면 이 쇠구슬은 아래쪽 판에서 플러스 성질을 갖는다.
이제 쇠구슬이 올라갈 차례다.
플러스 성질을 가진 쇠구슬은 역시 플러스인 아래쪽 판과 서로 미는 힘이 생긴다.
또 마이너스인 위쪽 판과는 서로 당기는 힘이 생겨 서서히 위로 올라간다.
구리판이 가진 플러스와 마이너스 힘을 잘 조절하면 쇠구슬을 원하는 곳 까지 떠오르게 할 수 있다.
- ▲ 공중부양장치/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정확한 위치에 올려 힘의 균형을 잘 맞춰야 가만히 있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연구진은 장치 주변에 쇠구슬의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보조 전극들을 배치했다.
장치는 1초에 500번씩 쇠구슬의 위치를 계산해 판단하고,
이 보조 전극을 이용해 위치를 조정해가며 한 곳에 가만히 떠있도록 한다.
◆ 올해 2500도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
사실 이 장치는 물체를 공중에 띄우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공중에 띄운 물체를 가열하며 고온에서 물성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장치다.
연구진은 지난해 1500도까지 온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고 올해는 2500도에 도전한다.
가열에는 레이저를 이용한다. 외부에서 강한 레이저를 안쪽으로 쏴 달구는 것이다.
하지만 한 번에 강한 레이저를 쏘면 레이저가 통과하는 유리창이 깨지기도 한다.
연구진은 거울을 이용해 레이저를 여러 곳으로 분산했다가
다시 쇠구슬로 모이게 하는 방식으로 유리창을 깨지 않고 온도를 높여갔다. 강한 힘을 분산한 것이다.
그래도 레이저의 에너지가 워낙 높아 실험실에 사람이 들어가려면 레이저는 끄고 들어가야 한다.
이 장치는 1500도 이상의 온도 영역에서
온도와 밀도, 점도, 표면장력 등을 측정하거나 분석하는 장비들을 갖추고 있다.
이제 쇠구슬의 온도를 1500도 이상으로 높이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를 알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쇳물이 녹으면 액체 상태로 공중에 둥둥 떠있다. 장치는 먼저 철강회사에서 쓰일 전망이다.
이근우 박사는 “올 해 2500도에서 물성을 알아보는 연구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서도 이런 공중부양 장치를 개발한 예가 있다.
일본에서는 2005년 전기회로에 꼭 필요한 축전기의 재료인 바륨타이트네이트를 공중에 띄워 녹인 후
냉각 속도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기존 방식보다 30배 좋은 축전기를 만들었다.
생산 방식을 바꿔 재료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낸 예다.
또 미국 나사에서는 2009년 포유류인 쥐를 공중에 띄워 우주환경에서 겪는 생명체의 생체변화를 연구하기도 했다.
이근우 박사는 “NASA 등 선진국의 항공우주국에서는 공중부양장치로
항공우주, IT, 철강 등에 사용할 수백~수천도 초고온을 견디는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일본은 공중부양을 통한 온도 상승 기술을 4000도까지 확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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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