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바다의 비행기' 수면 위를 날다

상 상 2012. 1. 2. 20:03

조선일보, 입력 : 2011.12.27 03:07

 

세계 첫 50인승 위그선 상용화시속 120㎞ 50㎝ 떠 시운전, 동북아 연안 1~3시간에 왕래… 첫 노선은 군산~제주 애월항

 

날개를 단 선박 한 척이 바다에 물보라를 일으키며 가속을 시작했다.

날개 위 두 프로펠러가 고속 회전하면서 90초 만에 시속 120㎞에 이르렀다. 선체는 순간 수평으로 수면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배는 50㎝의 고도에서 200여초 동안 10㎞를 질주한 뒤 사뿐히 내려앉았다.

 

지난 20일 전북 군산시 비응항 서편 5㎞에서 세계 첫 50인승 여객용 위그(WIG)선이 바다 위를 날았다.

동북아 연안을 1~3시간에 왕래하며 해상 운송에 혁명을 불러올 이 배가 '매가 나는 섬'이란 이름의 비응도(飛鷹島) 앞바다에서

날개를 편 것이다.

 

윙쉽중공업㈜이 시운전을 마친 위그선의 최고 시속은 200㎞. 군산~제주를 시속 180㎞로 순항, 110분에 주파할 수 있다.

선체는 알루미늄 합금. 선박용 디젤유를 태워 스크루와 터보프롭 2기를 가동한다. 폭 27m, 길이 29m, 높이 7m에 승객을 태우면

무게가 18t을 넘는다.

 

1960년대 러시아에서 처음 개발된 위그선은 독일에서도 제작이 시도됐다. 모두 8인승 이하 소형으로 주로 군용이었다.

한국의 첫 상용 위그선 개발은 조선 강국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추진됐다.

한국해양연구원이 1인, 4인, 20인승 유인시험선을 차례로 제작, 시험 운항한 후

윙쉽중공업이 바다에 실제 투입할 위그선을 건조, 이수(離水)에 성공한 것이다.

 

이 상용 위그선은 해양연구원 두뇌 10여명이 2007년 이후 윙쉽테크놀러지와 윙쉽중공업을 세워 건조했다.

설계 착수 4년 만인 지난 10월 진수, 각 부품의 기능 및 안전성을 점검했다.

윙쉽중공업은 "안정된 조건이 아니면 이수할 수 없도록 설계됐고,

내달 말 로이드선급 최종 인증 및 국토해양부 승인을 받아 운항에 투입한다"고 말했다.

 

세계 첫 상용 위그선인 WSH-500이 새만금 북쪽 비응항 앞바다에서 수면 위 50㎝로 떠올라 시험 비행하고 있다.

국제 인증 및 시험 운항을 거쳐 내년 4월쯤 군산~제주 항로에 투입될 예정이다. /윙쉽중공업 제공

 

세계 첫 상용 위그선은 고성능 레이더와 2㎞ 앞 2m의 물체를 밤에도 감별해내는 열상감지장비, 비행기록장치(블랙박스) 등

첨단 장비도 갖췄다. 초고속선과 항공기를 융합하면서 기술적 난관도 적지 않았으나 이제 세계 최고의 기술과 생산설비를 갖춰

다른 나라가 넘볼 수 없는 자리를 선점했다고 윙쉽중공업 측은 밝혔다.

 

윙쉽중공업과 위그선 선체·프로펠러·전자장비·의장품부품 등을 만드는 업체 5곳은 정부와 지자체 지원을 받아

새만금 입구 군산2국가산업단지에 '협동화단지'(10만㎡)도 조성했다.

첫 상용 위그선은 군산 비응항~제주 애월항 노선에 투입된다. 이 배를 인수할 ㈜오션익스프레스가 이미 면허를 받아두고 있다.

첫 조종사 3명도 육성됐고 비응항엔 전용 접안시설 공사도 착수됐다.

 

정부는 이 업체가 목표대로 내년 4월 위그선을 운항할 수 있도록 제반 안전지침과 규칙을 입법 예고했다.

윙쉽중공업은 여수엑스포를 겨냥해 제2호 상용 위그선 건조를 준비하고 있다.

인천·부산·완도와 제주 등을 오가는 국내 노선과 인천~중국, 부산~일본 등 동북아 항로에도 투입될 수 있다.

 

동남아와 지중해, 카리브해 등에서의 다양한 수요에 맞춰 정원 350명, 시속 400㎞의 대형 여객선과 초고속 화물선도 건조한다는

구상이다. 강창구 윙쉽중공업 대표는 "위그선도 고속철처럼 대중화돼 해상교통 중추로 자리잡으며 여행문화를 바꾸게 될 것"이라며

"온난화 및 유가 위기 속 블루오션"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위그선 세계시장이 순조롭게 형성되면 2015년 이후 부품 협력업체까지

모두 5000명을 고용, 연간 20척 이상의 위그선을 건조하면서 1조원 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 위그선위그(WIG)선은 Wing In Ground Effect Craft(지면 효과를 이용한 선박)의 약자. 수면비행선박으로 불린다.

수면 위 1~5m ‘공기쿠션’의 지지를 받으며 일반 선박보다 4배 이상 빨리 달린다. 활주로나 접안시설 없이 운항하며

파도의 영향도 거의 받지 않고 비상시 수면에 안전하게 내릴 수 있다.

에너지 소모가 초고속 선박의 40%이며 1000㎞ 이내 거리에서 경제성이 뛰어난 교통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