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추락하는 위성… 레이저 쏴서 파괴할 날 온다

상 상 2012. 1. 17. 19:49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2.01.16 22:24

 

러 위성 추락으로 살펴 본 '인공 위성 요격기술'위성 추락 피해 막기위해 우주 선진국 '위성요격무기' 개발

中·美, 탄도미사일 발사해 인공위성 파괴하는 데 성공… 지상, 공중에서 레이저 발사해 위성 파괴하는 기술 개발 중

 

러시아가 약 50억 루블(약 1850억원)을 들여 발사했던 화성 탐사선 '포보스-그룬트'호가 궤도 진입에 실패하고

15일 오후 9시 45분(한국 시각 16일 오전 2시 45분) 태평양 해상에 추락했다고 러시아 공중-우주방어군이 밝혔다.

포보스호는 방사성물질인 '코발트-57'과 맹독성 연료인 '하이드라진'을 다량 적재하고 있어 추락 지역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됐다. 다행히 이번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바다에 떨어졌지만, 앞으로도 이런 '행운'이 이어질지는 알 수 없는 상황.

우주 선진국들은 위성 추락 피해를 막기 위해 우주 공간에서 위성을 파괴하는 '위성요격무기(ASAT· Anti-satellite weapons)'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위성 요격, 1985년 미국에서 첫 성공

위성 요격은 1985년 8월 13일 미국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 당시 미 공군의 F-15 전투기는 지상 24㎞까지 올라가 수직으로

미사일을 발사해 지구 상공 555㎞에 있던 우주 관측 위성을 파괴했다.

옛 소련은 이에 대항해 미그31 전폭기를 이용한 위성 요격 무기 개발을 진행했다.

위성 요격 무기 개발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것은 2007년 1월 11일 중국이 지상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자국의 기상위성을 파괴하는 데 성공하면서부터다. 이에 자극받은 미국 역시 전투기를 이용한 위성 요격을 중단하고

이듬해 2월 해군 함정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고장 난 자국 첩보위성을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위성 요격 무기는 미사일 중심으로 발전했다.최근에는 공상과학(SF) 영화에서처럼 레이저를 쏘아 위성을 파괴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미 공군은 지난 2007년 보잉747기 앞머리에 장착한 저출력 레이저 발생기로 무인기를 파괴했으며,

2010년에는 고출력 레이저로 무인기 요격에 성공했다. 보잉747기 내부에는 레이저를 만드는 발전기가 들어 있다.

 

과학 연구에서 우주 무기 탄생

레이저는 지상에서도 쏠 수 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항공우주 및 기계공학과)는 "위성을 태워 없애려면 고출력 레이저를

위성에 적어도 7~10초 동안 집중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움직이는 항공기에서 움직이는 위성을 쏘는 것보다

고정된 지상에서 쏘는 것이 훨씬 쉽다"고 말했다.

지상 레이저 위성 요격은 '레이저위성추적시스템(SLR·Satellite Laser Ranging)'이란 과학 연구에서 시작됐다.

지상에서 위성에 단 반사 거울에 레이저를 쏘고 나중에 반사된 빛을 받아 지상에서 위성까지 거리를 알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장영근 교수는 "사무실의 레이저 포인터(칠판에 있는 글자나 그림을 빛으로 표시하는 필기구 모양 기기)는

아무런 해가 없지만 레이저 출력이 세지면 철판을 깎는 데 쓰이기도 한다"며

"SLR도 출력을 10메가와트(㎿·1㎿는 100만와트) 이상으로 높이면 위성을 파괴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한국천문연구원이 과학 연구 목적의 SLR 연구를 진행 중이다.

 

포보스호 고장은 레이저 무기 탓?

우주 선진국들은 위성 요격 무기는 평화적인 목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2008년 첩보위성을 요격하면서

이번 포보스호처럼 위성에 탑재된 맹독성 연료인 하이드라진이 지상에 피해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면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최근 러시아 연방우주청장은 러시아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발사에 실패한 우주선은 한결같이 러시아에서 보이지 않는

반대편을 지나갈 때 고장이 일어났다"며 "누군가 강력한 장치로 포보스호에 고장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누군가 자국 우주선과 위성에 레이저를 쏘았다는 말이다.레이저는 출력을 조절하면 위성을 파괴하지 않고도

내부 탑재 전자 장비를 고장 낼 수 있다. 지난 1997년 미국은 30와트의 저출력 레이저를 위성에 쏘아 기능을

잠깐 마비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06년 중국이 미국 위성에 레이저를 쏘았을 때도 위성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