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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때리기, 그 치명적 자만

상 상 2012. 6. 7. 19:01

 

출처: 매일경제, 기사입력 2012.06.06 17:47:32 | 최종수정 2012.06.06 17:50:31

 

"한국 사람만 한국기업의 위상이 높아진 걸 모른다 그걸 깎아내리는 정치인들의 무개념 역사의 반역이다"

 

제네럴일렉트릭(GE)은 130여 년 전 발명왕 에디슨이 만든 전기회사를 모태로 성장한 세계적 기업이다.

이 회사의 제프리 이멀트 회장이 지난주 한국에 왔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었다. 만찬 기회는 단 한 번밖에 없었다.

그는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한국인 세 사람을 자신의 숙소인 하얏트호텔로 초대했다.

 

이멀트는 한국 경제에 대해 듣고 싶어했다. 상당수 글로벌 기업들이 죽을 쑤는데 한국 기업들은 왜 잘나가는지를.

한국 시장은 어느 정도 성장할지를. 본인의 말은 아끼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했다.

 

4년 만의 방한이었다. 그에게 한국은 그다지 중요한 국가가 아니었다.

이멀트의 한국관이 본격적으로 바뀌게 된 것은 작년 초부터다.

GE는 전 세계 지역을 대상으로 GGO(Global Growth Operation)란 조직을 만들었다. 말 그대로 성장드라이브 정책이었다.

그리고 한국을 주목했다. 지금보다 3~4배 성장할 수 있는 시장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대화 도중 간간이 한국의 경쟁력을 격찬했다.

기업들의 혁신을 높이 평가하고 인적자원의 우수성을 인정했다.

그가 포스코와 발전 분야 등에 대한 포괄적 업무제휴를 맺고

다른 유수의 한국 기업들과도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자 하는 것은 한국의 남다른 매력을 봤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 기업의 취약성을 얘기하고 경제 위기를 걱정하나 외국에서 한국을 보는 시각은 그렇지 않다. 정반대다.

 

지난달 여수박람회가 열렸을 무렵 덴마크 왕세자가 한국을 찾았다.

겉으로 드러난 일정은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고

덴마크 국적 선사인 머스크가 발주한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기공식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에겐 다른 관심사가 있었다.

SK그룹에 들러 차세대 연료전지 기술개발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현대자동차를 방문해 수소차 개발에 대한 업무협의를 했다.

 

유럽 위기의 공포가 엄습하고, 글로벌 경제 침체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지금, 세계는 한국을 주목한다.

안에서 숱하게 욕을 얻어먹는 대기업들의 경쟁력을 부러워하며

눈만 뜨면 위기가 올 것이라는 한국 경제의 잠재력을 본다.

그래서 한국 기업과 손을 잡으려 하고 한국 시장에 발을 담그려 한다.

 

외국인들을 만나면 늘 듣는 말이 있다. "한국 사람만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걸 모른다"고.

그들은 재벌 해체와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의 치기에 코웃음을 친다.

 

무엇을 위한 재벌 해체인지? 누구를 위한 경제민주화인지?

 

민영화된 공기업이 재벌 개혁의 최종 모델이라고 말한 장관이 있다.

KT의 10년간 주가 그래프를 보고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민주당은 차치하고 새누리당까지 개념조차 불분명한 경제민주화를 내세운다.

노조가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 민주화인지,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많이 배치하는 게 민주화인지.

그들은 종업원 대표를 경영에 참여시킨 유나이티드항공이 도산한 사례를 외면하고,

완벽한 사외이사 체제를 갖춘 GM이 몰락의 길로 접어든 사실에 눈감는다.

이 점에 있어서만큼 나는 장하준의 논리에 100% 동의한다.

 

정부가 대기업을 때려 중소기업을 보호해주는 것이 경제민주화라고 외친다. 헌법 119조2항을 거론한다.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는 하이에크가 말한 `치명적 자만`이며

헌법을 거론하자면 권력의 남발을 통제하는 과잉금지의 원칙부터 언급해야 옳다.

 

좋은 경제란 누가 뭐래도 성장하는 경제다.

성장률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나 성장 없이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한국이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강국이 된 것도 성장에 목말랐기 때문이고

그것은 10년, 20년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달려든 기업 덕분이다.

 

정치권이 그 알량한 권력을 무기로 기업의 성장 의욕을 꺾는다면 그건 역사의 반역이다.

절망 속에 빠진 세계가 한국에서 희망의 빛을 보는데 그들은 오히려 희망의 싹을 자르려 하고 있다.

 

[손현덕 부국장 겸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