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트럼프 "최고 방어수단은 무적의 힘"… 중국의 패권도전에 경고

상 상 2017. 12. 20. 19:35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7.12.20 03:04 | 수정 : 2017.12.20 07:56

 

[새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발표중국 32, 러시아 25, 북한 17번 언급]

 

"미사일 사거리와 개수 늘어" 북핵을 임박한 위협으로 판단

·러엔 "민주주의 깎아내리고 미국과 동맹국들 이간질" 비판

중국 "사실 왜곡·악의적 비방·대립땐 모두 패배할 것"

러시아도 "제국주의적"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현지 시각) 발표한 새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외교·안보 정책으로 어떻게 구현될 것인지 예고하는 사실상의 포고문이다. 북한의 위협에 "압도적 힘으로 대응하겠다"고 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국'으로 규정하면서 미국의 패권이 도전을 받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1987년부터 정기적으로 국가안보전략을 수립해 공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전략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극과 극이라고 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달리 오바마 전 대통령은 '스마트 파워'를 내세우며 중국 등을 전략적 동반자로 인식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을 강조한 반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대화와 고립 중 선택을 하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현지 시각)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기반을 둔 새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결정에 미국 우선주의를 적용하겠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에 도전하는 경쟁국으로 규정했다. 그는 북핵에 대해서는 압도적인 힘으로 북한의 침략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고 비확산 체제를 지키기 위해 동맹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은 차갑다고 느낄 정도로 현실적이다. 보고서는 북한 정권을 '불량 정권' 혹은 '무자비한 독재 정권'이라고 규정하고 "자국민을 굶어 죽게 하는 북한이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개발에 수억달러를 투입하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의 핵 확산과 대량 파괴 무기 고도화 위협을 무시하면 할수록 북한의 위협은 심각해지고 방어 수단도 적어진다""(미사일) 사거리 확대와 더불어 개수와 형태가 날로 증강돼 미국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단순한 엄포로 보지 않고 임박한 위협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보고서가 "북한의 침략에 압도적 힘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강제할 수단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한 것은 선제공격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19BBC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 해결이 평화적이길 바라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며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날 보고서에 중국은 32, 러시아는 25, 북한은 17번 언급됐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임박한 위협이긴 하지만 백악관이 진검 승부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상대는 중국이란 점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다.

 

백악관은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이익과 가치에 반해 구도 재편을 꾀하는 '수정주의 국가'로 규정하고 "(이 나라들이) 기술과 선전전, 강압적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과거 수십 년 동안 (중국 등) 경쟁국을 국제 질서로 편입시키는 것이 이들을 자유화시킬 것이라고 믿었다""하지만 이들은 민주주의를 깎아내리고, 가짜 정보로 미국 내부와 동맹국을 이간질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군대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고, 중국의 핵무기는 점차 발전하면서 다양화하고 있다""중국의 군사적·경제적 확장은 미국 경제에 대한 접근을 통해 가능했던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년 중국 같은 경쟁자들은 수천억달러 상당의 지식재산권을 훔친다"고도 했다. 러시아에 대해선 "자신들이 갖고 있던 힘의 지위를 복원해 주변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번영과 안보를 맞바꾸려는 나라는 결국 두 가지 모두 잃게 될 것"이라며 "약함은 충돌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며, 반대로 '무적의 힘'이 방어를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고 했다. 두 나라의 도전을 두고 보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을 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러나 "북핵 문제에서 함께 대처해 나가야 할 중국에 대한 표현이 예상보다 다소 부드러워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실제 이날 보고서에선 대부분 중국과 러시아를 함께 '경쟁국'으로 묶어 공격했고, 중국만을 겨냥한 비난은 상당히 자제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19"중국은 협력만이 중국과 미국의 유일한 올바른 선택으로 생각한다""사실을 왜곡하고 악의적으로 비방하려 한다면 모두 헛수고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누구도 중국이 자신의 이익에 손해인 쓴 열매를 삼키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주미 중국 대사관도 "양국이 처한 현실에 맞지 않는다""·중이 대립하면 모두 패배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에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이번 보고서는 제국주의적 성격이 분명하다""우리는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로 취급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 워싱턴=조의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