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구글 맞선다며 만든 ‘한국 AI’ … 정부, 750억 지원 약속 버렸다

상 상 2017. 5. 30. 19:53

[중앙일보] 입력 2017.05.30 02:45 수정 2017.05.30 07:42 | 종합 1면 지면보기

 

위기의 국내 AI 연구

미래부 주도로 만든 AI연구소

최순실 사태 터지자 방치

정치권도 여론 편승 비판만

 

지난해 3월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 이후 한국 사회엔 ‘AI 광풍이 불었다. AI 개발에 뒤처진 현실을 개탄하며 공공·민간 가릴 것 없이 그 바람에 편승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 들어선 AI 연구소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도 그런 광풍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설립 8개월여 만에 AIRI는 한국 AI 연구개발(R&D)의 허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됐다. 세계 바둑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 9단마저 꺾은 알파고는 더는 적수가 없다며 바둑계에서 은퇴할 정도로 성장했는데, 야심 차게 출범한 AIRI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 과학계 관계자는 “AIRI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낳은 사생아라고 말했다. 미래부는 구글 등에 대응해 한국도 자체 AI 플랫폼을 개발해 보자며 AIRI 설립을 기획했다. 하지만 관 주도란 인식을 벗기 위해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주식회사 형태의 연구소로 만들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7개 대기업이 각각 30억원씩을 추렴해 총 210억원의 자본금을 만들었다. 애초 미래부는 AIRI가 설립되면 750억원에 달하는 국가 AI 연구개발 자금을 AIRI에 맡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순실 스캔들이 터지면서 ‘AIRI가 또 다른 형태의 K스포츠·미르재단이 아니냐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쏟아졌다. 주식회사 형태의 민간 연구소에 경쟁 없이 국가 R&D를 맡기는 것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때문에 AIRI는 지난해 12월 미래부가 공모한 연구개발 과제 자율지능 디지털 동반자 기술연구에서 탈락했다. 미래부는 이후 정부가 주도해 AIRI 설립자금을 모았다는 사실조차도 부인했다..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