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언제까지 변방의 작은 나라로 있을 것인가

상 상 2017. 2. 9. 18:39

출처: 매일경제, 기사입력 2017.01.22 17:15:43 | 최종수정 2017.01.22 22:59:20   

 

10세기 후반 발해가 멸망한 이후 군소국가로 지내온 우리는 대체로 중국과의 조공외교라는 형식을 통해 주권과 민족 정체성을 유지했다. 중국 중심의 아시아 질서가 무너진 19세기 격변기에 이렇다 할 전략 하나 없이 갈팡질팡하다 태국도 피해간 식민지로 떨어지는 황망한 일이 생겼다. 남북한을 합하면 영국, 프랑스 수준인 7500만 인구인데 언제 강국 반열에 오를까?

 

인도가 화성탐사선 `망갈리안`을 쏘아 올리며 강국 반열에 올랐다. 인도의 성취를 축하하면서도 가슴 한구석은 허전하다. 인도가 1960년대부터 가난을 딛고 우주개발에 뛰어든 지 반세기 만에 이룬 쾌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제발전에 역점을 두는 사이에 한 수 아래로 착각한 인도가 꿈꾸기 어려운 곳으로 날아올랐다.

 

2004년 봄 중국 둔황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을 때 중국방송이 `신저우` 유인우주선 발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1961년 소련의 유인우주선 발사를 지켜본 마오쩌둥 주석은 일갈한다. "우리는 개념조차 모르는 우주선이 존재한다면 중국이 다시 세상의 중심에 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주선을 만들어야 한다." 이후 성별, 나이에 관계없이 수학과 물리학에 능통한 자들을 모아 특별조직에 편입시켰다. 소련 유학생 출신들은 소련으로 가서 러시아인 동창생들에게 귀동냥도 하고 한 단계 전진하기 위해 몇 년이 걸렸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시작할 때의 간부들은 모두 죽고 출범에 참여했던 어린 학생이 책임자가 되어 눈물로 40여 년을 회고하는 모습은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날 밤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리더십에 대한 부러움과 우리는 왜 못하냐는 자괴감이 엉켜 잠을 설쳤다. 중국, 인도가 우주선 개발에 뛰어들었을 때 가난에 찌들어 있었지만 두 나라 지도자들은 길게 보고 변함없이 지원했다. 일당독재로 정치적 안정이 확보된 중국도 그렇지만 정치적 혼란을 겪은 인도가 정진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정권만 바뀌면 지난 정권의 과제가 부정된다. 드물게 승계해도 작명은 다시 한다. 백년대계보다 정권의 업적을 추구하는 편협함이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5년 단위로 끊어지는 영속성 제로의 정치 환경에서 보수 진보 불문하고 철 지난 유럽식 사회주의를 공부하고, 선진국에 없는 100% 무상보육, 100% 무상급식을 통해 보편적 복지의 첫 단추를 끼웠다가 허둥댄다. 큰 꿈을 꾸는 잠룡들은 굶주림을 딛고 이룬 우주선 개발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지금부터라도 장기계획을 세워 `현대과학기술의 종합완결판`인 우주선 개발에 나서야 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만든 달착륙선에 태극기만 그려 넣고 달을 정복한다는 `뻥튀기 사기극`이 용납되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100년이 걸리더라도 나사 못부터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지도자는 대한민국을 강국 반열에 올릴 백년대계를 제시해야 한다. 머리에 든 것 없이 정치수사에만 능한 `뺀질이`도 싫고, 지역주의에 편승한 표 계산에 몰두하는 `찌질이`도 넌더리 나고, 자기 돈 아닌 세금 쓰며 `이것저것 해드린다`고 생색내는 `뻔뻔이`도 사절이다. `보편적 복지`라는 미명하에 전 국민에게 세금 나눠주고 득표율 올리느라 진짜 가난한 사람들이 소외돼도 `없는 사람의 수호신`인 양 우쭐대는 건 범죄나 다름없는 기만행위다. 함량미달의 지도자를 만나 나눠 먹는 데만 열중하다 나라 거덜 내고 후손에게 욕먹는 `개념 없는 조상`이 될 순 없다. 격랑에 휩싸이는 동북아 신세력 판도에서 전략 없이 우왕좌왕하다 금수강산을 또다시 남의 놀이터로 내어줄 순 없다. 대한민국을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강국으로 만들기 위한 원대한 비전과 실천전략을 제시하며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개념지도자`는 어디에 있나?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