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매일경제, 입력 : 2016.08.11 17:35:20 수정 : 2016.08.11 17:43:22
세계부호 현금 보유량 1870조원…브라질 GDP 맞먹어 글로벌 침체에 "지켜보자"…민간투자 2분기 10% `뚝`
불확실성에 움츠러든 기업과 부유층이 돈다발을 잔뜩 움켜쥐고 있다. 기업들은 투자에 나서기보다 더 많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고, 지갑을 열어야 할 부유층도 언제 닥칠지 모를 자산가치 하락을 염려하는 기류가 갈수록 강해지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돈이 잘 돌지 않고 세계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CNBC방송은 자산정보 업체 웰스엑스의 집계를 인용해 세계적 부자 2473명이 보유한 현금이 지난해 말 1조7000억달러(약 1870조원)를 넘어섰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이 회사가 조사를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치로 대략 브라질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다.
이들 억만장자의 현금 보유 규모는 전체 자산의 22.2%에 달한다. 웰스엑스는 이들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게 가장 주요한 요인이며 지난해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큰 이득을 본 점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현재의 시장 상황을 관망하다가 주가나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조짐을 보이면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이 업체의 분석이다.
스위스 투자은행인 UBS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UBS는 미국 부유층이 연말 대통령선거 등을 감안해 시장 노출도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들은 전체 자산 가운데 20% 정도를 현금으로 들고 있다고 전했다. 월가 금융기관의 한 임원은 "변동성을 피하라는 투자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라며 "위험자산에 베팅하기보다는 내 돈을 일단 지키고 보자는 보수적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기업들도 경제 여건이 현 수준보다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미국 금융전문가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현금 보유 성향이 올해 들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 협회가 집계하는 현금 보유 기대지표는 올 1분기 -1에서 2분기 7, 3분기 16으로 껑충 뛰었다. 이는 2011년 3분기 이후 5년래 최고치다.
현금 보유 기대지표는 설문조사를 통해 미국 기업들의 현금 보유 기대치를 측정한 것으로, 숫자가 클수록 기업의 현금 보유 성향이 큰 반면 기업의 소극적이고 비관적인 투자심리를 보여준다. 반면 마이너스 값이면 투자·지출에 대한 자신감이 강해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짐 케이츠 금융전문가협회 회장은 "3분기 지표는 경제와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현금 보유를 늘리고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처럼 움츠러드는 투자 기류는 미국 경제성장률 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각종 설비와 주택 투자를 합친 미국의 민간투자(전기비 연율 기준)는 작년 4분기 -2.3%, 올 1분기 -3.3%, 2분기 -9.7%로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특히 미국 기업의 설비투자는 최근 세 분기 연속으로 감소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미국의 하반기 경제성장 수준을 가름할 핵심 요인은 기업 투자가 될 것"이라며 "브렉시트 불확실성, 글로벌 경제 둔화, 미국 대통령선거 등을 감안할 때 기업들이 투자 확대에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신용평가 업체 무디스의 무디스투자자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미국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1조7000억달러로 추산됐다.
이 중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시스코시스템스 오라클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상위 톱5'를 독식했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총 5040억달러(약 554조원)의 현금을 보유해 전체 미국 기업이 들고 있는 현금(현금성 자산 포함)의 30%를 차지했다. 애플은 지난해 말 현재 현금 2157억달러를 보유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현금을 끌어안고 있는 것은 그만큼 향후 경기를 불확실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기업 투자가 살아야 미국 성장을 다시 견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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