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극단으로 치닫는 미국 대선

상 상 2016. 7. 21. 16:54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6.07.21 03:15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원(中原)'을 차지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나 우()나 모두 자신의 지지층은 '집토끼'라고 보고, 이쪽도 저쪽도 아닌 무당파(無黨派) 구미에 맞는 정책을 제시해야 5149의 싸움에서 승리한다는 뜻이다. 새누리당이 보수층의 뜻을 거스르면서 '최저임금 인상' 같은 진보적 정책을 한때 내놓고,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공신인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영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 영입은 특히 더민주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는 의도가 컸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특히 대통령 후보가 자신과 대척점에 있는 부통령 후보를 지명해 부족함을 보완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조 바이든을 부통령으로 '모신' 것은 자기와는 여러 면에서 다른 이력과 특징을 갖고 있어서다. 19년 연상에 백인이고, 연방 상원 의원 초선인 자신과 달리 35년 넘게 의회 활동을 했고, 노련한 외교 경험을 쌓은 게 보탬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2012년 대선 때 65세였던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는 당시 42세의 연방 하원 의원 폴 라이언을 러닝메이트로 택했다. 억만장자 출신인 자신과 달리 맥도널드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생계를 이은 서민형 정치인을 통해 자신의 약점을 메우려고 했다. 모두 지지층을 늘리기 위한 방안이었다.

 

그런데 2016년 미국 대선은 이 '중원 쟁탈전'의 철칙에 역행하고 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부통령 후보로 당내 보수 강경파인 '티파티' 출신의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를 택했다. 자신이 TV쇼 진행을 했던 것처럼 펜스는 라디오 진행자로 활동했었다. 펜스는 "1순위가 종교적 신념"이라고 밝힐 만큼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동성애·낙태는 극렬 반대다. 소수종교나 인종, 사회적 약자 보호를 통한 득표 작전도 불가능하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여성인데도 부통령으로 여성을 고려하고 있다.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연방 상원 의원의 진보적 정책을 담아내지 못하고는 선거에서 이길 자신이 없다. 다만 샌더스를 부통령에 앉혔다가는 누가 대통령인지 모를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래서 '진보의 총아'라고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연방 상원 의원을 저울질하고 있다. 기존에 볼 수 없던 무상 대학 교육이라는 사회주의적 공약까지 내놓고도 더 왼쪽만 보는 것이다. 기존 지지층 지키기에도 버거운 여야 후보들 탓에 이번 대선에서는 극우 정책과 극좌 공약만 눈에 띈다.

 

대통령 후보들이 양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미국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흐름까지 가세해 누가 대통령이 돼도 국민 통합을 이루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트럼프나 힐러리 모두에게 호감을 갖지 못하는 유권자가 60% 이상이라는 점이다. 어느 때보다 중원이 넓다는 뜻이다. 118일 선거일까지 석 달 넘게 남았다. 미국의 지성이 대통령 후보를 교육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는 올해 미국 프로농구 NBA 우승팀을 배출한 곳이다. 승리를 축하하러 100만 인파가 몰렸지만, 사건·사고 하나 없었다. 미국의 힘을 이번 대선에서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윤정호 워싱턴 특파원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