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브렉시트의 국제정치·경제적 함의

상 상 2016. 7. 20. 17:13

출처: 매일경제, 기사입력 2016.07.19 17:36:42 | 최종수정 2016.07.19 17:49:53   

 

624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는 근소한 차이로 가결됐다. 브뤼셀, 긴축정책, 이민정책, 양극화, 기득권층에 대한 반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세계금융시장에 큰 파장이 우려됐으나 일단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국제정치·경제면에서 다양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영국의 국제적 위상 저하와 경제 타격이 불가피하다. 서구의 한 축으로 상당한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영국은 EU 탈퇴로 서구 및 대미 관계에서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가 장차 영국을 이탈하면 영국의 위상은 더 떨어질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파운드화 폭락에서 보듯 유럽 시장 접근이 어려워져 무역과 투자에 타격이 있고 세계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이 격하될 수 있다. 결속이 필요한 EU는 영국에 강경한 탈퇴 조건을 요구할 것이므로 달콤한 대EU 관계 설정은 어려울 것이다.

 

영국의 EU 탈퇴는 유럽의 위상 추락과 함께 유럽 통합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영국은 EU 2위 경제국으로, 독일·프랑스와 함께 EU를 이끌어온 주도국이다. 영국의 탈퇴는 EU 회의론자와 우파민족주의자들로 하여금 EU 탈퇴를 부추길 것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그리스 덴마크 헝가리 스웨덴 등이 그렇다.

 

다만 유로존 국가들은 EU 탈퇴 시 뱅크런, 국채에 대한 투기세력 공격 등 큰 경제 타격이 예상되므로 채무위기 때 그리스가 포기한 것처럼 실제 결행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EU본부의 간섭에 대한 반발도 있었던 만큼 EU는 통제 특히 역내 이동의 자유 보장을 완화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브렉시트는 대서양 안보의 핵심인 NATO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크림사태 이후 발트해 연안국과 폴란드 주변에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러시아는 영국의 EU 탈퇴를 내심 반길 것이다. 최근 대러시아 제재 재연장과 발트해 인근 4000명 부대 배치 결정에서 보듯 당장 NATO의 약화를 가져오지는 않겠지만 미국에 대서양 안보 부담이 더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국제경제면에서는 영국 경제의 비중이 세계 경제에서 3%에 불과해 경제 자체보다 심리 면에서 영향을 줄 것이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브렉시트로 `트럼프 위험`이 증가해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줄이면서 미국 경제가 1년 내 불경기에 빠질 위험을 30%로 봤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래 `세계 성장에 못 미치는 세계무역` 현상이 보호주의 경향 강화로 더 심해질 우려가 있다.

 

또 아직도 2008년 위기 상태에서 회복되지 않고 있는 EU 경제는 브렉시트로 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국제정치면에서는 서구의 기반 침하와 자유주의적 세계 질서에 대한 역풍이 강화될 것으로 본다. 선진국 경제의 저성장과 양극화는 대중의 불만·불안·불신을 키우고 젊은이와 노인, 전문가와 저숙련 노동자, 도시와 농촌, 이민·다양성 지지자와 반대파의 대결로 사회를 분열시킨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과 함께 인기영합주의, 반기득권·반엘리트 풍조 대두로 민주주의를 지탱할 사회적 합의도 약화된다. 이민과 난민 증가에 대한 반감은 분노와 공포의 정치를 불러와 민족주의, 반이민주의, 외국인 혐오 등을 부추긴다.

 

이런 점에서 개방, 자유, 대외지향적 가치의 상징으로 여겨진 영국에서 브렉시트가 통과됐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동시에 브렉시트가, 오도되고 왜곡된 사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쉽게 진실로 굳어버리는, 디지털민주주의의 첫 희생물이었다는 점도 민주주의 발전 측면에서 유의해야 한다. 이런 현상들이 서구민주주의의 발목을 잡으면서 반세계화·지역화 풍조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로서는 미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도 관심사인데 미국 대선은 다양한 이슈를 다루고 대선 후보자에게 초점이 맞춰진다는 점에서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우리는 국제경제적 측면에서는 화폐 과잉 공급으로 인한 환율전쟁 가능성 등 세계금융시장 교란 가능성에 촉각을 세울 필요가 있고 보호주의 대두 가능성이 큰 만큼 G20, 유엔 등을 통해 열린 세계의 중요성과 세계화의 부정적 효과를 시정할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국제정치적으로는 서구의 국내 지향적 성향과 약체화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며, 안보 측면에서 대서양 안보에 대한 관심 증가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약화될 가능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국내적으로 우리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양극화 해소와 포용적 시장경제를 이루도록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주일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