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日은 미국 정책에까지 개입하는데

상 상 2016. 6. 14. 17:50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6.06.14 03:00

 

미국이 중국을 향해 쉴 틈 없는 공세를 펴고 있다. 상무부·국무부·국방부·교통부·무역위원회(ITC) 등 주요 행정부와 기관이 경쟁하듯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상무부는 스마트폰 등 통신장비를 만드는 화웨이(華爲)에 북한을 포함한 미국의 제재 대상 국가와 거래한 내용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중국의 또 다른 스마트폰·통신장비 업체인 ZTE3개 관계사에 대해서는 이미 수출 규제 조치를 했었다.

 

상무부는 중국산 철강 제품에 451%의 관세 폭탄을 퍼부었고, ITCUS스틸의 제소를 받아들여 중국산 철강회사들의 밀약과 사이버 절도 조사에 들어갔다. 사실상 중국 제품을 미국에 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재무부는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은행 등을 겨냥했다. 환율 조작에 대한 분명한 경고도 있었다. 국무부는 중국을 향해 대북 제재를 제대로 하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국방부는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서 연일 무력시위 중이다. 교통 당국까지 나서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한 LA~라스베이거스 구간 고속철도 건설 계약을 사실상 취소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국빈으로 초청해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등 중국 포위 전략도 마무리했다.

 

문제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어느 한순간 우리를 향해 들이닥칠 수 있다는 점이다. 동맹이라고 해서 봐줄 미국이 아니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 연설 때 우방을 언급하면서 한국만 뺐다.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언제든 잊힐 수 있는 존재라는 뜻일 수 있다. 노골적으로 사드(THAAD) 배치에만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게다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는 한·FTA(자유무역협정)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무역 역조에 대한 미국 내 불만이 커, 힐러리가 되든 트럼프가 되든 다를 게 없을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눈길이 가는 건 일본이다. 환율 조작 논란, 자동차 기준, 무역 역조 등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일본을 향해 미국이 진정으로 싫은 소리를 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 미리 대비하고 우군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도요타는 미국 13개 주()에 공장을 두고 있다. 물류비용이 들지만, 엔진과 일부 부품을 조립공장과 다른 지역에서 만든다. 공장이 있는 지역은 당연히 일본 편이다.

 

일본의 대()워싱턴 로비 통로로 알려진 사사카와 재단은 행사 후원에 그치지 않는다. 자체 연구원을 7명이나 두고 이제 미국의 정책에까지 개입하려고 한다. 미국 국가정보장(DNI) 출신인 데니스 블레어 사사카와 USA 이사장이 최근 발표한 연구보고서 '적극적인 개입: 최신 미·일 대중(對中)전략'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보고서에서 그는 "·일 동맹은 야심만만한 중국을 향해 신선하고 새로운 전략을 필요로 한다"면서 공세적으로 미국을 이끌려고 한다. 사사건건 미국과 부딪히는 중국에 대해 칼날을 같이 갈자는 일본을 미국이 외면할 수 있을까.

 

곧 현실화할 보호무역의 태풍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본 로비 자금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알아서 하겠지라는 식은 곤란하다.

 

윤정호 워싱턴 특파원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