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6.02.24 03:00 | 수정 : 2016.02.24 10:27
- 추궈훙 주한 대사, 野 김종인 대표 만나 원색 발언 "사드 때문에 순식간에 韓·中관계 파괴될 수 있다 군비경쟁 때 한국 안전이 보장되는지 고민해보라 이 문제 없었다면 벌써 새 유엔결의안 채택됐을 것"
中대사 "다른 건 빼고, 사드 부분은 공개해도 좋다"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 대사는 23일 한·미(韓美)의 사드(THAD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논의와 관련, "이 문제로 중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한다면 한·중(韓中) 관계는 어쩔 수 없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한·중 관계를 오늘날처럼 발전시키려 했던 노력들이 순식간에 한 가지 문제 때문에 파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추 대사는 이날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고 김성수 대변인이 전했다. 추 대사는 "양국 관계가 파괴될 경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면서 "군비 경쟁 국면이 닥쳐도 한국의 안전이 보장되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해 달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추 대사는 45분 면담 대부분을 사드 문제에 할애했고 언론 공개 여부를 묻자 '사드에 대해선 공개해도 좋다'고 답했다"며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이나 북핵 6자 회담에 대한 중국 측 전략도 이야기했지만 (그 부분은) 공개를 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 대사는 사드에 대한 중국 입장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우선 추 대사는 "한국 정부는 레이더 탐지 거리를 좁히고 사드 성능을 낮추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고 하지만 이런 조치들에 대해 중국 정부는 믿을 수 없다"며 "좋은 친구로서 한국 약속은 믿을 수 있지만 문제는 미국이 사드를 배치하고, 업그레이드하고, 조정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추 대사는 "사드가 한국에 보호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지만 결국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로 추 대사는 '냉전식 대결과 군비 경쟁'을 언급했다. 추 대사는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깨트리고 냉전식 대결과 군비 경쟁을 초래해 긴장과 불안을 고조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라며 "이런 국면이 닥쳐도 과연 한국의 안전이 보장되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추 대사는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미가) 사드 배치를 협상하는 것은 (대북 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응을 분산시키는 셈"이라며 "사드 문제가 없었더라면 벌써 새로운 유엔 결의안이 채택됐을 것"이라고 했다.
추 대사가 사드 배치를 두고 한·중 관계의 파괴와 한국의 '안전 보장'까지 거론한 것은 '내정간섭' 논란까지 제기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 밖에 추 대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선 "중국은 단호하게 반대한다. 한·중 양국 간에 정치적 차원의 의사소통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다만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놓고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지만 이는 정상적인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종인 대표는 "정부는 사드 배치에 유보적이었지만 북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북한의 위협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사드 배치가 협의되고 있다"며 "중국 정부도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임해 달라"고 했다. 김 대표는 "사드에 대한 우리 당 입장은 실질적으로 방어 효과가 있는지, 특히 중국과 경제적·문화적 협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드로 인해 양국 간 쌓은 우호 협력 관계가 조금이라도 훼손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했다.
김 대표는 북한 비핵화와 6자 회담 복귀 등에 있어 중국 정부의 역할을 당부했다. 추 대사는 "(사드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신중한 입장에 대해 감사드린다. 중국도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야당 관계자는 "이번 면담이 어느 쪽 요청으로 성사됐는지는 밝힐 수 없지만, 중국 측 입장을 일부러 알리기 위해 마련된 자리는 아니다"고 했다. 추 대사는 사드 문제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따로 면담하지 않았다.
정우상 기자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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