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외교·국방 新패러다임 대비하라

상 상 2016. 2. 17. 17:45

출처: 매일경제, 기사입력 2016.02.16 17:28:21 | 최종수정 2016.02.16 17:35:34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최대 이해관계국은 한국과 북한, 미국, 일본 그리고 중국이다.

 

먼저 미국과 일본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중국의 부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한·중 밀월 관계 무드가 조성되는 형국에서 북한 핵문제를 통해 한국을 미·일동맹 쪽으로 확실히 끌어당길 필요가 있다. 그래서 개성공단 임금이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흘러들어간 정보를 수시로 우리 정부에 제공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요구해왔을 것이다.

 

중국은 진정한 G2로의 `평화로운 부상(peaceful rise)`을 추구하고 있는데, 북한 핵개발 이슈가 동북아 불안정성을 증대하고 있음을 주시하고 있다. 아울러 사드 한국 배치의 구실을 주어 미국의 안보 포위망에 둘러싸이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그렇더라도 초강수 대북한 제재가 취해져 북한이라는 대미 완충지대가 붕괴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북한은 어떤가?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 핵보유국을 상대로 안보 위협을 끊임없이 받아온 터에 과거에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핵우산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나 두 나라 모두 북한과의 관계가 묘연해진 상황이다.

 

이제 한반도의 핵균형을 이루기 위해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했는데, 일본의 핵무장으로 이어져 아·태 지역에서의 주도권을 상실할 것을 우려하는 미국의 반대와 북한의 독자적 행보가 커질까 봐 북한의 핵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우려에 직면해 있다.

 

한국이 단호한 입장을 취한 것은 당연하다. 대량살상무기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니 그러한 무기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금줄을 동결할 필요가 있고, 국제사회의 대북한 제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강력한 제재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취했고, 사드 시스템 도입 움직임을 본격화해 중국에 대한 강력한 협조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남북한 모두 루비콘강을 건넌 상태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국제사회가 대북한 초강경 압박을 가해 북한을 굴복시키거나 새로운 6자회담 등을 통해 새로운 합의를 이루어내는 방법밖에 없다. 전자는 북한 정권의 붕괴로 이어질 공산이 많아 이루어지기 힘들고, 중국도 결국은 받아들일 수 없는 길일 것이다.

 

결국 후자밖에 없는데, 북한에서 핵을 철폐하거나 동결하려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함을 의미한다. 그 대가가 평화협정 체결 후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철수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외교와 국방은 패러다임을 전환해 이러한 시대에 대비하는 작업을 지금부터 갖추어나가야 한다.

 

진정한 한반도 비핵화와 자주국방 패러다임이 자리 잡을 시대에 우리 스스로 북한의 계속되는 위협에 대처하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수행해 낼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키워나가야 한다. 2의 개성공단은 그러한 새 시대에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시킬 수 있다.

 

결국 남북한 경제협력은 동·서독 간의 경제협력이 그랬듯이 분단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 이해관계국 모두가 바라는 동북아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초석이기 때문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