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언제까지 목소리 큰 쪽이 이기는가

상 상 2014. 8. 13. 17:30

[중앙일보] 입력 2014.08.13 00:10 / 수정 2014.08.13 00:10

 

그건 택도(어림도) 없어요.”

 

 11일 오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장을 나서던 이목희 의원은 세월호특별법안과 관련해 일단 (여야) 합의안을 추인하고 논의하는 게 가능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대부분이 재협상을 요구한다고 회의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연합 의원총회는 격렬했다. 당직자들은 회의장으로 가는 복도를 완전히 통제했다. 중간중간 회의장을 빠져나온 의원들은 삼삼오오 대화를 나눈 뒤 다시 들어가곤 했다. 격한 감정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린 의원도 있었다.

 

 4시간30분간 열린 회의에선 박영선 국민혁신위원장(비대위원장)을 몰아붙이는 주장이 많았다.

 

 ▶정청래 의원=“이번 싸움은 디테일(세부 협상 내용) 전쟁이 아니다. 기세 싸움이고 깃발(선명성) 싸움이다. 제가 봤을 때는 이번 협상은 전투에도 졌고 전쟁에도 졌다.”

 

 ▶김영환 의원=“미국인들이 인질로 10명쯤 잡힌 상황에서 백악관이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말하면 오바마 대통령은 탄핵이다. 세월호는 304명이 죽었다. 원점에서 재협상해야 한다.”

 

 ▶유승희 의원=“박영선 위원장은 더 협상할 자격이 없다. 재협상은 다른 사람이 해야 한다.”

 

 결국 이날 의총은 박 위원장의 합의안을 내던졌다. ‘재협상이 결론이었다. “박 위원장의 입지도 살려줘야 한다”(김성곤 의원), “박 위원장의 첫 작품인데 이걸 두고 우리 당이 깨지는 모습이 좋지 않다”(황주홍 의원) 등 온건파들의 목소리는 강경파의 기에 눌렸다.

 

 문제는 새정치연합 의총의 결정이 불러올 후유증이다. 당장 당을 대표해 협상한 박 위원장의 얼굴이 말이 아니게 됐다. 협상 파트너인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뒤집히면 협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의회정치의 본질은 협상이다. 원내대표 간 협상의 결과가 이렇게 쉽게 뒤집힌 건 드문 일이다.

 

 투쟁 정당의 이미지를 벗겠다며 지난 5일 출범한 박영선 체제는 일주일도 못 돼 삐걱대고 있다.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킨 건 당이 변화와 혁신을 꾀해 7·30 ·보선의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도로 강경파의 당을 만들려면 김한길·안철수 두 공동대표는 대체 왜 사퇴했는가. 변화는 두렵고 힘들다. 안 가봤던 길이고, 편하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려면 꼭 가야 할 길이다. 박영선 체제가 출범하면서 약속한 새 정치는 합리와 대안의 목소리가 반대와 투쟁의 목소리를 이길 때 가능하다.

 

정종문 정치국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