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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일이 주변국에 주는 것

상 상 2014. 8. 12. 17:06

[중앙일보] 입력 2014.08.12 00:07 / 수정 2014.08.12 00:07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미묘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달 시진핑 국가 주석의 방한에서 양국의 우호 관계와 전략적 신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전통적으로 안보의 핵심 축인 한·미 동맹과 경제적 동반자로서의 한·중 관계를 적절히 양립시키는 우리 정부의 지혜가 더욱 필요해졌다.

 

·중 정상회담에서도 다루어졌듯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역학관계에서 가장 민감하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카드는 북핵과 통일 문제이다.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주변국의 경제와 국가 간 협력 등 다른 현안을 푸는 열쇠가 될 수도 있고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논어 첫 머리의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니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구절의 해석에서 유학자 금곡 선생은 벗이 찾아오게 만드는 조건으로 배울 것이 있고 얻을 것이 있어야 하며 이는 국가 간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하였다. 화려한 외교적 수사와 12개에 달하는 협정보다 서로 배울 것과 얻을 것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한·중 간의 진정한 우호협력을 굳건히 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통일을 앞당기는 초석이 될 수 있다.

 

새해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통일 대박이라는 말로 통일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을 고조시켰고 정부와 민간의 통일준비에 불을 지폈다. 북한의 광물자원과 노동력에 남한의 경제발전 경험과 성장모델, 그리고 한국기업의 기술과 자본이 결합되면 우리 경제가 대도약을 이룩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충분히 논리적 근거와 타당성이 있는 견해다.

 

그러나 한반도의 통일이 전적으로 우리 손에 달린 문제가 아니라 미국·중국·러시아·일본의 이해관계의 교집합 속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을 이해한다면, 우리나라만의 대박을 넘어 한반도의 통일이 주변국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효익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고 이해당사국 정부와 민간 기업들에게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우리의 통일과 가장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중국은 통일 이후 전통적 혈맹인 북한이 아니라 한국과 국경을 맞대게 된다. 두만강과 백두산, 압록강을 잇는 1600의 한·중 접경이 영토 분쟁과 군사적 긴장의 대상 지역이 아니라 중국이 추진하는 동북진흥계획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배후 거점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상하이 등 남동지역의 경제적 성과를 에너지와 광물자원의 보고인 동북지역으로 확산해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려는 것이 중국의 경제 정책이다. 랴오닝·지린·헤이룽장 등 동북3성을 잇는 중국의 하얼빈-다렌 고속철도와 경의선이 연결되고 21세기의 실크로드라 불리는 아시안 하이웨이를 통해 일본·한국·중국·중앙아시아·인도·터키를 연결하는 육상 물류망이 완성되면 아시아 국가 간 인적, 물적 교류가 원활해져 마치 독일 통일과 동구권 개방 이후 유럽대륙 물류의 중심에 위치한 독일이 누린 것과 유사한 경제적 효과를 중국 동북지역이 차지할 수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

 

한편 동해를 가운데 두고 러시아의 연해주와 통일 한국, 일본 서부지역을 아우르는 환동해 경제권이 탄생할 것이다. 러시아의 가스, 에너지 자원과 일본의 첨단 기술, 한국의 조선, 제철, 석유화학 산업 역량이 나진·선봉·블라디보스톡 지역에서 결합되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생산될 것이고 북극항로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세계 최대 시장인 유럽과 직접 연결될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한반도 통일 이후 예상되는 북한지역 인프라 투자와 동북아 물류 허브의 주도권을 놓고 상호 경쟁 관계에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지정학적 역학 관계를 잘 활용하여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와 협조를 이끌어 내야 하며, 통일 이후 전개되는 동북아시아 거대 경제권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주변국의 경제 성장 전략과 잘 맞물린 통일 한국의 경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통일 대박은 주변의 우방들에게 배울 것과 얻을 것에 대한 기대감을 확고하게 심어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송기홍 딜로이트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