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아 올 무렵에 왕세충은 군사를 이끌고 이밀에게 가까이 갔다. 이밀이 군사를 내어 대응하였는데 아직 열도 제대로 갖추지 아니하여 왕세충이 군사를 풀어서 그들을 쳤다. 왕세충은 먼저 모양이 이밀 같은 사람을 하나 찾아서 묶어 숨겨 두었다가 싸움이 바야흐로 무르익었을 때 끌어다 진을 친 곳 앞으로 지나가게 하고 북을 치게 하면서 말하였다. “이미 이밀을 붙잡았다” 사졸들이 모두 만세를 불렀다. 그리고 숨어있던 병사들이 나타나서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며 말을 달려서 이밀의 진영을 짓누르며 불을 멋대로 놓아 그 여막을 태웠다. 이밀의 무리들은 크게 붕괴되었고 그 장수 장동인과 진지략이 모두 항복하였는데 이밀은 1만 여명과 더불어 말을 달려 낙구로 향하였다. 이밀이 장차 낙구성으로 들어가려 하니 병원진이 사람을 파견하여 몰래 왕세충을 끌여들였다. 이밀이 이를 알았으나 왕세충의 군사가 반쯤 낙수를 건너기를 기다려 그를 치기로 하였다. 왕세충의 군사가 도착하였는데 이밀의 척후 기병이 때를 맞추어 깨닫지 못하여 장차 출전할 때 쯤에는 왕세충의 군사들은 모두 이미 건넜다. 선웅신 등이 또 군사를 챙겨서 스스로 점거하고 이밀은 스스로 지탱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휘하에 있는 경무장한 기병을 거느리고 호뢰(하남성 형양현 서북쪽)로 달아났고 병원진은 드디어 성을 들어 항복하였다. 이밀이 자살하여 무리들에게 사과하고자 하였다. 왕백당이 이밀을 안고서 큰 소리로 울다가 기절하니 무리들도 모두 슬퍼서 울었는데 이밀이 다시 말하였다. “여러분이 다행히 서로 버리지 않는다면 마땅히 함께 관중(당나라)으로 귀부하여야 하고 나 이밀 자신은 비록 공로를 세운 것이 없지만 여러분은 반드시 부귀해짐을 보장 받을 것이오.“ 이밀을 쫒아서 입관(함곡관 안으로 들어감-당나라로 들어감)한 사람이 무릇 2만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