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제조업 가동률 8년만에 최저… '반도체 축배'에 취할 때가 아니다

상 상 2017. 8. 7. 21:25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7.08.07 03:09

 

[한국경제는 지금]

반도체·선박 빼면 7월 수출증가율 2.8% 불과

 

- 2분기 성장률 0%대 주저앉아

자동차·석유정제 산업 등 부진광공업, 8개월만에 마이너스로

 

- 내수는 비실, 서민 물가는 급등

"이미 꺾이고 있는 건설 경기도 부동산 대책으로 더 식을 것"

 

 

수출 증가율 추이 그래프 16개월 만에 0%대 성장에서 벗어나는 '깜짝 실적'을 냈던 1분기(1~3) 1.1% 성장 이후 불과 3~4개월 만에 한국 경제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성장세가 주춤하고, 경제에 퍼지던 온기가 사그라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6일 발표한 경제 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작년 4분기 이후의 경기 개선 추세가 다소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2분기(4~6) 성장률은 0.6%로 다시 0%대로 내려앉았고, 광공업 생산도 8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 등의 수출 호조는 이어지고 있지만, 이 주력 수출품들을 제외한 수출 증가율은 2%대로 주저앉는 등 '착시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경기 회복세는 주춤하는데 서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채소류 등 신선식품 물가는 급등하면서 서민 생활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20% 육박한다는 7월 수출 증가율 반도체·선박 빼면 2%

 

KDI 분석에 따르면, 7월 수출 증가율이 19.5%라지만 반도체와 선박을 제외할 경우 증가율이 2.8%에 그친다. 전체 수출액과 반도체·선박 제외 수출액 증가율의 차이는 1분기의 경우 2.2%포인트에 그쳤지만, 7월에는 16.7%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점점 크게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나 일시적인 선박 수출만 봐서는 실제 바닥 경기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6월 광공업 생산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0.3% 줄어들어 8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분기 제조업 가동률은 71.6%로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91분기(66.5%) 이후 가장 낮았다. 글로벌 반도체 호황을 즐기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곤 공장을 제대로 돌리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우리 수출은 지역적으론 중국·홍콩에 3분의 1이 쏠려 있고, 산업으로 봐도 반도체, 선박 등 일부에 쏠려 있어 수출선을 다변화하고 자동차 등 다른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한 수출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앞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논의,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이슈도 많다"'수출 착시'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 효과가 내수로 안 오는 데다 건설 경기는 이미 꺾이고 있고 하반기엔 부동산 대책 등으로 얼어붙을 것"이라며 "결국 정부의 3% 성장률 목표는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살아나지 않는 내수밥상 물가는 껑충

 

금요일인 지난 4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한 대형 마트에 장을 보러 들렀던 주부 강모(58)씨는 채소 가격을 보다 깜짝 놀랐다. 상추 한 봉지(200g)3480, 오이 한 봉지(2)3980원이었다. 평소엔 반값 이하로 살 수 있던 채소들이었다. 애호박도 1개에 2380원이나 했다. "삼겹살을 구워 먹으려 채소를 샀는데, 고기값만큼 나왔던 것 같다"면서 "요즘 채소나 과일 가운데 가격이 뛰지 않은 것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매 판매 증가율은 42.6%에서 51.5%, 61.0%로 증가 폭이 줄어드는 중이다. 소비가 살아나는 속도가 더디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란이나 채소류 등 밥상 물가를 좌우하는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은 10%를 넘기면서 들썩이고 있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신선식품 물가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3% 올라 8개월 만에 상승세가 가장 가팔랐다.

 

신선식품 물가는 올 들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가뭄 등의 악재에 불안한 상태였다. 여기에 최근 폭염과 호우까지 더해져 더 치솟고 있다. 지난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제공하는 '주요 농산물 일일 도매가격'에 따르면, 주요 25개 농축산물 가운데 평년(직년 5년 평균)보다 도매가격이 낮은 품목은 쌀과 건고추, 당근, 파프리카, 복숭아, 닭고기 등 6개에 불과했다.

 

방현철 기자 / 이혜운 기자/ 최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