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6.12.05 03:05
북유럽 스웨덴에선 요즘 미국·유럽 군사동맹인 나토(NATO) 가입 문제가 정치권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군사적 중립을 표방해온 스웨덴은 EU 회원국이면서도 나토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이런 환경은 미 대선 이후 급변했다. 제1 야당인 온건당 한스 발마르크 국방 담당 대변인은 "트럼프 당선이 스웨덴에 역설적 상황을 만들었다"고 했다.
스웨덴은 그동안 미국과 양자 군사협력에 치중했다. 지난 6월 동맹국 수준의 합동 군사훈련과 기술 지원 등을 담은 협정도 체결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돈을 안 내면 군사 지원도 없다"며 자유민주 진영 전체를 불안에 빠뜨렸다. 온건당 중심의 스웨덴 야권 4개 중도 우파 정당 연합이 '나토 가입'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국가보다 28개국과 협력하는 게 낫다"는 논리다. 중도 우파 진영 지지도는 현 집권 중도 좌파 연합을 앞서고 있어 2018년 총선 결과에 따라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발트해 주변국들은 최근 심각한 안보 불안에 떨고 있다.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이 느끼는 불안은 거의 공포 수준이다. 발트 3국은 러시아 본토와 러시아 역외(域外) 영토인 칼리닌그라드 사이에 끼어 있다. 칼리닌그라드에는 러시아 발트함대가 주둔하고 있다. 러시아 군부는 이곳에 최근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과 최첨단 대함·대지 공격용 크루즈미사일을 추가 배치했다.
옛 소련의 일부였던 데다 국민 중 러시아인 비중이 높은 것도 발트 3국의 불안 요인이다. 에스토니아는 국민의 25.1%, 라트비아는 25.8%가 러시아인이다. 만약 이 러시아계 국민이 자치 또는 독립을 요구하고 이들에 대한 보호를 핑계로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면 이를 막을 힘이 그들에겐 없다.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 등 북유럽 3개국의 위기감도 급상승 중이다. 러시아 전략폭격기와 잠수함들이 이들 국가 영공·영해를 제집 드나들듯 수시로 침범하고 있다. 러시아가 스웨덴 스톡홀름을 겨냥해 모의 핵 공격을 연습했던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노르웨이가 최초로 미 해병대 주둔을 허용하고, 스웨덴이 2005년 이후 처음으로 발트해 고틀란드 섬에 상비군 주둔을 결정한 것도 이런 위기감의 표출이다.
과연 러시아가 유럽을 상대로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섬뜩한' 말을 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 지리학회 주최 퀴즈 대회 시상식에서 "러시아 국경은 끝이 없다. 어디서도 끝나지 않는다"고 했다. 곧바로 농담이라고 넘겼지만 어느 나라도 이 말을 단순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토 조약 5조, '한 회원국이 공격당하면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동 방어에 나선다'는 조항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만에 하나'를 대비해야 하는 국가들에 이만큼 소중한 약속은 없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군사적 갈등은 냉전 이후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동맹국, 주변국과 튼튼한 관계를 다져야 한다는 교훈을 곱씹게 된다..
장일현 런던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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