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쿼드러플 악재`도 힘든데…보호무역 먹구름까지

상 상 2016. 11. 10. 18:43

출처: 매일경제, 입력 : 2016.11.09 17:47:18 수정 : 2016.11.09 23:59:13

 

글로벌 환율전쟁땐 무역비중 큰 한국에 치명적

대북 강경책에 정세불안땐 국가신인도 하락 우려

트럼프 통화정책 오락가락금리향방 `안갯속`

 

2016 미국의 선택 트럼프 / 한국경제 영향

 

한마디로 '패닉'이다. 한국 경제 관료와 전문가들은 설마했던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현실화하자 우리 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불어닥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수출·소비·투자·고용의 '쿼드러플 악재'에 빠진 데 더해 단기적으로 주식·채권·외환 등 금융시장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한국 경제는 당분간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집권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글로벌 환율전쟁도 거세지면 끝을 알 수 없는 '고난의 행군'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당장 한국 경제는 금융시장 불안에 시달리게 됐다. 9일 코스피와 원화값이 급락했지만 앞으로도 '바닥'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부문장은 "트럼프 스스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충격의 10배라고 말했는데 그 말에 수긍한다""국내 금융시장 반응이 가장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글로벌 자금이 일본 엔화 등 안전자산으로 옮겨가면서 원화를 비롯해 중국 위안화, 멕시코 페소화 등 신흥국 통화가 단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그동안 37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과 사상 최고 수준의 국가신용등급을 자랑해온 정부 관계자들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할 정도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글로벌 환율전쟁이 촉발될 경우 세계 경제가 긴 침체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경제에서 무역 비중이 큰 한국으로서는 치명적이다.

 

특히 트럼프는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60%가 넘는 중국에 대해서는 수출보조금 중단, 지식재산권 침해 인정과 함께 집권 이후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으로 선포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마저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설 경우 글로벌 교역과 소비, 투자 등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미·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정부가 '환율조작국' 카드를 무기로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한국에 대해서도 물밑에서 환율 절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정부는 '종합무역법''교역촉진법'에 따라 올해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한국·중국·일본·독일·대만 등 대미 무역흑자가 큰 나라들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한 바 있다.

 

이들이 한 단계 더 높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다양한 경로로 무역 제재를 받게 된다. 이미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 3개 가운데 2개에 해당된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요건만 추가로 해당되면 바로 환율조작국이 된다. 이에 따라 한국 외환시장에서 급격한 환율 절상 움직임이 있어도 이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기 힘들고, 미국 정부의 절상 요구가 있다면 이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트럼프 정부가 대선 공약대로 주한미군 주둔용 방위비 분담을 늘리고, 대북 강경 노선을 걸을 때도 환율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재정건전성 악화와 대북 리스크가 국가신용등급 하락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통화정책도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게 됐다. 한국은행과 금융권은 기본적으로 올해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 인상과 이에 이어지는 완만한 금리 인상을 대비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으로 이 같은 전망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트럼프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을 향해 "정치적인 이유로 금리 인상을 미루고 있다"고 수차례 공격의 날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그는 "저금리를 선호한다"고 밝히는 등 보호무역주의 일변도의 확고한 통상정책과는 달리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그의 확장적 재정정책 운용에 발맞추려면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한편 공공 인프라스트럭처 확대에 따른 자산거품 우려를 없애기 위해 금리 인상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미 연준의 독립성은 오래된 전통이라 당장 트럼프 말 한마디에 따라 정책 기조가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그보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가시화하며 경제지표가 안 좋게 나오면 이에 따라 금리 인상이 더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 내외 금리차를 고려해야 하는 한은 입장에서는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시영 기자 / 정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