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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포기 가능성 없어…핵 능력 제한이 최선”

상 상 2016. 10. 27. 17:37

[중앙일보] 입력 2016.10.27 01:47 수정 2016.10.27 14:33 | 종합 12면 지면보기

 

제임스 클래퍼 미 정보국장 발언

한반도 비핵화미국 정책과 배치

국무부 정부 입장 아니다선긋기

 

미국 정보기관의 수장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으며, 따라서 현실적으로 (북한의) 핵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5(현지시간) 미 외교협회(CFR) 주최 세미나에서 북한을 비핵화하겠다는 생각은 아마도 가능성이 없는 것’(lost cause)”이라며 핵무기는 그들의 생존 티켓이며 아마도 우리(미국)가 희망을 걸 수 있는 최선의 것은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한) 일종의 제한(some sort of a cap)”이라고 말했다.

 

클래퍼 국장의 발언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더 이상 핵 능력을 확장하지 못하도록 현재 수준의 핵 동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는 북한의 핵 보유를 절대 인정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한·미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과 배치되는 것이다.

 

2005년 설치된 DNI는 중앙정보국(CIA)·연방수사국(FBI) 16개 정보기관으로 이뤄진 미 정보협의체(IC)의 정점으로 정보에 관한 모든 실권을 갖고 있다. DNI 국장은 IC 의장을 겸직한다.

 

클래퍼 국장은 2014년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해 방북했던 것을 거론하며 내가 북한에 가 봐서 북한이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좀 안다그들(북한)은 포위돼 있으며 피해망상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따라서 그들이 핵 능력을 포기한다는 것은 애당초 가능성이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클래퍼 국장은 북한은 (미국의 핵 제한(동결)’ 제안도) 우리가 요구한다고 해서 순순히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어떤 중대한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솔직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특히 이동식 ICBMKN-08의 경우 시험을 해 보지 않아 제대로 작동하는지 안 하는지 그들도 우리도 잘 모른다하지만 우리는 북한이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비롯해 잠재적으로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발사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선제 타격론에 대해선 옵션(선택지)의 하나이긴 하지만 만약 군사적 옵션이 시행된다면 그 과정에서 엄청난 영향을 미칠 텐데, 아직은 운 좋게도 이(군사적 옵션)는 정보 당국에서 내린 결정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클래퍼 국장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클래퍼 국장의 발언은) 우리 정부의 입장이 아니다미국의 대북정책은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일축했다.

 

외교가에선 이날 클래퍼 국장이 북한과는 (이란식 핵 동결 협상도) 실현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말도 한 점으로 미뤄 새 정권의 출범에 맞춰 비핵화와 핵 동결 사이의 새로운 형태의 핵 능력 제한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

 

[출처: 중앙일보] “북한, 핵 포기 가능성 없어핵 능력 제한이 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