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6.10.10 03:05
[국제 석탄價 올 40% 가까이 올라… 국내 유화업체들 中 적극 공략]
- 中정부가 찬물 끼얹은 석탄화학 석탄의 오염문제 지적하면서 생산량 줄이는 구조조정 진행 국제 석탄가격 오르는데 한몫… 中업체, 가동중단·설비투자 연기
- 한국 유화업계 자신만만 "油價가 70달러 이상 올라도 석탄화학에 주도권 안내줄 것"
최근 국제 석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중국이 한국 석유화학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했던 '석탄화학'이 원재료인 석탄값의 급등으로 아예 가동을 중단하거나 설비투자를 연기하는 사례가 속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석유화학과 석탄화학은 생산하는 제품은 비슷하지만 원료가 다른 경쟁 산업이다. 석유화학은 원유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나프타'를 원료로 쓰지만, 석탄화학은 석탄 자체를 쓴다. 원래는 석탄이 나프타보다 저렴해 석탄화학의 원가경쟁력이 석유화학보다 20~30% 정도 높았다. 하지만 저유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석탄값은 올 들어서만 40% 가까이 급등, 사정이 달라졌다. 원가 경쟁력 열세로 중국 시장에서 밀려나던 국내 업체들이 최근 석유화학 제품 생산량을 늘려 대(對) 중국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석탄화학의 몰락
중국은 앞서 2010~2014년 고유가 시절 "값싼 원료로 승부를 보겠다"며, 석탄화학 설비를 다수 설치했다. 이를 통해 중국은 내년까지 석탄·석유화학의 대표 제품인 '에틸렌'의 자급률을 60%에서 8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에틸렌은 포장재·건자재·화학섬유·자동차경량화 소재 등에 쓰이는 범용제품으로, 매년 전 세계적으로 400만~500만t씩 수요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원인 제공자는 역설적으로 중국 정부다. 석탄의 환경문제 때문에 생산량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올 1~8월 중국의 석탄 생산량은 21억t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줄었다. 중국 생산이 줄자 국제 석탄 가격은 올 초 1t당 50달러 아래에서 최근 70달러를 돌파했다.
석탄화학의 채산성이 나빠지자 중국에선 석탄화학 설비 신규 투자가 대부분 중단·연기된 상태다. 중국 정부 내부에서도 "장기적으로 환경 부담이 큰 석탄화학은 없어져야 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일본 상사(商社) 기업인 미쓰이그룹에 따르면, 중국이 자급률 80%에 도전했던 에틸렌 수입이 올해부터 늘어날 전망이다〈그래픽 참조〉.
국내 유화 업계는 중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화학, 한화케미칼, 롯데케미칼, SK종합화학 등 석유화학으로 에틸렌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대중(對中) 에틸렌 수출 규모가 올 1~3월만 해도 1억2200만달러(약 1360억원)였으나, 5~7월엔 1억7800만달러(약 2000억원)로 50% 가까이 늘었다.
◇국내 유화 업계 "유가 올라도 대응 가능"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감산(減産)에 합의하면서 원유 가격이 오르는 추세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유가(油價)가 오르더라도 대응할 수 있다"며 "석탄화학에 주도권을 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장 석탄 가격의 고공행진이 쉽게 중단되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최근에도 일부 광산에 대해 폐쇄를 추진하는 등 석탄 공급량을 최대한 억제할 방침이다. 여기에 유가 급등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으면, 석탄화학의 경쟁력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상당수 에너지 전문가는 유가 70달러는 어렵다고 본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가가 오르면 채산성이 나빠 중단됐던 미국산 셰일 원유 설비가 다시 가동되는데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상 최고 수준의 원유 재고가 있어서 유가 급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설령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더라도 국내 유화 업계는 나프타의 대체 연료인 액화석유가스(LPG)를 투입해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 둘 중 더 저렴한 원료를 쓰는 식으로 원가 인상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유화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여 수출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곧 발표할 3분기 실적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형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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