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6.09.29 03:00
영국의 EU 탈퇴 결정을 계기로 美 영향력 벗어난 군사능력 모색 체코·헝가리도 "러시아에 맞서 유럽 차원의 공동군대 창설해야" 英 "나토 훼손 어떤 구상도 반대"
독일과 프랑스가 미국·유럽의 군사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별개로 유럽연합(EU) 차원의 군(軍)지휘사령부 창설 추진을 공론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영국이 이 방안을 강력하게 반대해 영국과 유럽 대륙 국가들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나토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인 1949년 유럽 방어를 위해 설립됐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국방장관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은 27일(현지 시각)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열린 EU 국방장관 회의에서 유럽 군 지휘부 설치 등을 담은 새로운 EU 국방 계획을 의제로 올리고 회원국들의 지지를 호소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EU 국방장관 회의에서 통합사령부 창설이 공식 논의된 것은 처음이다.
두 장관은 이날 공동 회견을 열고, "유럽이 직면한 다양한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차원의 신속한 공동 (군사) 행동이 절실하다"며 "올 연말까지 (새 국방 계획이) 상당한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영국은 "나토 위상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은 "유럽 군대 창설이든, 지휘부 설치든 나토를 훼손할 수 있는 어떤 구상도 반대한다"고 했다. 팰런 장관은 "나토는 언제까지나 유럽 방위를 위한 주춧돌(cornerstone)로 존재할 것"이라며 "나토를 약화시키는 길로 가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나토도 EU의 군사력 강화에는 찬성하지만 독자 지휘체계를 갖는 방안에는 반대 입장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유럽이 나토의 복사판을 만들려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럽이 군에 더 많이 투자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데는 찬성한다"고 했다.
유럽이 미국 영향력이 절대적인 나토에서 벗어나 독자적 군사 능력을 갖추려는 시도는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유럽에선 군사적 홀로서기 주장이 계속 제기됐지만, 영국 반대에 부딪혀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최진우 한양대 교수는 "유럽은 1990년대 후반 코소보 사태 때 미국 없이는 군사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절실히 느꼈지만, 미국과 동맹을 강조하는 영국의 '대서양주의'가 강해 독자 군사력 확보 주장이 힘을 얻지 못했다"고 했다. EU 내에선 독자적 군사 능력이 없으면 모스크바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도 큰소리를 못 친다는 말도 나온다.
브렉시트는 유럽이 돌파구를 찾는 기회가 됐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정책 대표는 이달 초 "브렉시트를 계기로 이전엔 가능하지 않았던 일을 추진할 정치적 공간(political space)이 열렸다"고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 15일 정상회담에서 "유럽 군대를 신속하게 파병할 수 있는 상설 유럽 군사령부 창설에 뜻을 모았다"고 했다.
일부 국가는 지휘사령부 수준을 넘어 유럽군을 창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지금 유럽에선 무엇보다 안보가 중요하다"며 "유럽 공동 군대를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등 EU 지도자들도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려면 유럽 군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럽의 완전한 '홀로서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프랑스·독일도 "같은 군복을 입는 군대를 지금 만들자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단기적으로는 통합군사령부 설립을 통해 유럽 차원의 효율적 군사작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EU는 군사작전을 벌일 때마다 새로운 사령부를 창설하고, 1500명 규모의 신속대응군도 각국 사정에 따라 동원 여부가 결정되는 등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유럽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언제나 같을 수는 없는 만큼, 장기적으론 EU 차원의 군대 창설 주장이 점점 더 동력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런던=장일현 특파원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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