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매일경제, 기사입력 2016.09.27 17:28:43 | 최종수정 2016.09.27 17:35:46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사용하여 이긴 구호처럼 민주주의 국가의 선거에 있어서 중요한 쟁점은 경제이다. 어제 1차 TV 토론을 마친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간 금년의 미국 대선도 내막을 들여다보면 초점은 경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전통적 산업인 제조업에서 21세기 들어선 이후 560만개의 일자리가 줄고 그중에서도 저소득 비숙련 근로자층이 큰 타격을 입어 소득 불평등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하게 된 것이다. 이 산업의 중심지인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이른바 러스트벨트 지역이 선거의 결과를 좌우하는 경합지역에 해당되어 중요성이 더해졌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 일자리 축소가 외국의 수입 증가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주장이 트럼프 후보로부터 제기되면서 통상정책이 이슈가 되었다. 지식정보화사회가 촉진되면서 고부가가치 기술 수요와 반대급부는 늘고 단순 노동자의 일자리가 줄어든 게 맞지만, 정치적으로는 외국에 화살을 돌리는 것이 유리하므로 힐러리 후보도 이에 동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미국의 대선으로 인하여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경험이 있다.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이미 행정부 간 서명이 끝난 한·미 FTA를 반대하여 결국 재협상 끝에 협정의 발효에까지 5년이나 소요됐던 것이다.
문제는 현재 세계무역이 줄고 있는 추세로서 달러 기준 작년 13%, 금년 상반기에도 5% 감소하였으며, 1조달러 수준에 있던 한국의 무역액도 최근 2년 연속 그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경제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선거로 우리 경제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TV토론에서 보여준 것처럼 트럼프 후보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수정 등 미국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직접적이고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당사국뿐 아니라 세계교역 투자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의 주장이 대통령으로서 취할 행동으로 과격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1971년 미국의 무역 적자가 늘어나자 닉슨 대통령이 10%의 수입과징금을 부과한 것처럼 실제 사례가 없지 않다. 그 당시 사유가 국가비상사태였으며, 비상의 근거로 휴전 협정은 맺었지만 공식적으로 종결되지 않은 상태인 한국전쟁을 들었을 정도로 미국의 국내법은 엄격하지 않다.
힐러리 후보는 직접적인 제재 대신에 무역에 대한 특별감독관을 두는 등의 조치를 통하여 불공정한 교역을 막겠다고 하였지만, 환율 노동 환경 등 교역에 대한 이슈에 있어서 상대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다. 현재 반덤핑 등 제소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트럼프 또는 힐러리 어느 후보가 되든 이러한 수입규제조치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러한 부정적 영향을 막기 위한 조치를 미리부터 시행해야 한다. 미국 무역위원회(ITC)에서 최근 한·미 FTA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158억달러 개선하였으며 신선 블루베리 수출을 가능케 하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데, 미국 국민이나 정치권에 한국과의 교역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결과 등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한·미 FTA 이행 문제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의약품 가격 산정, 법률 시장, 공정위 절차, 자동차 좌석 규제 등의 현안이 있는데 그 처리 방향이 새로 선출될 미국 대통령의 대한국 통상정책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한·미 FTA 이행은 향후 한국의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가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환율도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외환시장의 수급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어야 하지만 미국의 대선후보나 의회에서 문제 삼는 초점인 중국에 대한 조치에 휩쓸리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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