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중국의 본심(本心)

상 상 2016. 8. 9. 20:07

출처: 매일경제, 기사입력 2016.08.09 17:41:40 | 최종수정 2016.08.09 19:25:21   


중국은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사드 이후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반추할 좋은 경험을 하는 중이다.

 

·중은 1992년 수교 이후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를 유지해왔다. 중국이 산업적으로 오늘날 이만큼 발전하는 데 `한국모델`을 상당히 차용한 점도 있다. 덩샤오핑이 사망하기 얼마 전 "한국과는 손을 잡되 절대 일본은 용납해선 안 된다"는 유훈을 남겼다는 이야기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왕지환의 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를 읊은 것은 그런 정의(情宜)의 연장선이었다. 거기엔 북한 핵 해결에 대한 특별한 기대감도 있었다. 시진핑의 중국은 그러한 한국의 바람을 지켜주지 않았다. 그리고 사드가 왔다.

 

중국인의 습성은 한()3대에 걸쳐 갚는다는 말이 있듯 뒤끝이 작렬하는 중이다. 한류배우들을 중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거나 많은 문화행사를 피치 못할 사정이란 뻔한 핑계를 대며 없던 일로 하는 중이다. 중국을 선전하는 기관지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을 위험에 빠뜨렸다""유사시 중·러는 한국의 군사기지를 때릴 것"이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친구의 진정한 모습은 좋은 시절보다 험난한 시기에 드러난다는 말이 맞는다.

 

양국의 운명을 건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자 중국은 한국의 주권(主權)을 무시한다. 120년 전 수구파와 개화파 싸움 때 조선을 대했던 방약과 무엇이 다른가. 주권의 요체는 다른 권위에 종속됨이 없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는 권리다. 우리의 주권과 안보는 우리가 지켜야지 누가 대신해줄 수 없는 것이다. 중국을 제 발로 찾아간 초선의원 6명은 베이징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실제로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은 조치를 취할 것이다"는 답변을 들었다. 중국의 의중을 엿보게 했다는 점에서 교통비는 빠지는 것 같다.

 

냉엄한 국가 간의 관계에는 실익만이 존재할 뿐이다. 지난달 30일 한국에서 비중 있는 연구소 박사들이 중국의 싱크탱크에 한국에 배치될 사드가 얼마나 중국에 해가 없는지, 오로지 북한 핵 대비용이라는 설명을 해주기 위해 갔다. 외교학원, 국제문제연구원, 아태연구소, 미국연구소, 인민대국제관계학원, 군사과학원, 국제연락우호회 등등이 대상이었다. 그리고는 오로지 하나의 사실만 확인하고 왔다. "모든 설명은 필요없다. 우리(중국)는 기술적인 것은 모른다. 중국이냐 미국이냐 그것만 택하라." 그것이 지금 중국의 태도이다.

 

()의 장막을 거두고 미·중 외교를 튼 헨리 키신저는 그의 역저(力著) 중국이야기(On China)에서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세기의 결투가 될 것이다. 조만간 둘 중 어느 하나가 오판할 것이다"고 예언해 놓았다. 중국은 지금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첨예한 패권다툼을 하고 있으며 주변국들은 어느 편이냐고 강요를 당하는 중이다. 중국의 사드 후 행동은 미국과의 패권다툼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두 나라는 1차대전 이전 영국과 독일의 패권싸움같이 숙명적으로 마라톤 게임처럼 기나긴 시간을 두고 승패를 다툴 것이다. 중국의 이해는 사실 한국의 사드보다 남중국해에서 전략비중이 훨씬 큰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국제사회는 한국의 처신과 중국의 처신도 보고 있다. 베트남은 2014년 중국이 파라셀군도에서 에너지 시추를 하자 1979년 양국 전쟁을 방불케 하는 군사 대치를 감행하는 행동력을 과시했다. 필리핀은 수십 년 만에 미군 기지를 회복시켰으며 인도네시아도 냉정하게 주권력을 강화했다. 일본은 센카쿠 충돌로 휴대폰 제조원료인 희토류 수출을 중국이 막자 손을 들었지만 이내 수입처를 완전히 바꿔 중국 희토류 업체가 도산했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의 말대로 1960년 동독 미사일 대치 때 서독 국민 중 소련과 내통한 자가 없었듯 국가안보에서 분열은 필패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명성황후시해사건 등등에서 몸서리치게 경험하지 않았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욕을 먹더라도 국가안보만은 지키겠다는 의지는 옳다. 성주로 지역을 정하자 새누리당 TK 경북의원들은 머리를 싸매고 반대완장을 차고 현지에 가서 머리를 조아렸다. 국회의원과 일반인 구분 능력도 없는 초선 한량들은 개인 행사라며 베이징행을 강행했다. 그들의 분열행위는 "나는 종북이 아니고 경북"이라는 김제동의 행위처럼 부박하다.

 

한국은 사드를 계기로 길게 보고 한·중 관계를 다시 짜야 한다. 단기로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리라. 중국과 무역비중이 30%나 되고 유커 관광 감소 어쩌고 겁을 먹고 두려움을 스스로 생산해 전파시키면 진짜 죽는다. 영국은 유럽연합과의 교역이 45%나 되는데도 박차고 나왔다. 차제에 기업도, 정부도 대중국 의존도를 확 낮추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돌이켜보면 한강의 기적은 지난 70여 년간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정덕구 전 장관은 `중국의 본심`이란 책에서 중국은 한국의 어깨너머로 미국이란 보디가드가 보일 때만 대접한다고 썼다. 그 말이 옳지 않나.

 

[김세형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