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朴대통령, 中전승절 참석… 열병식도 갈 듯

상 상 2015. 8. 21. 17:19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5.08.21 03:00 | 수정 : 2015.08.21 10:43

 

내달 2~4訪中정상회담도

시진핑의 '戰勝節 러브콜'일부선 반대하지만 "참석이 "

 

- 한국 대통령 첫 참석

최대 무역국, 對北 지렛대'中國의 마음' 사는 게 중요, 이번이 6번째 정상회담

 

, 열병식도 참석 가닥

"중간에 대통령 퇴장하면 기념식 참석않는 것만 못한 역효과 생길 수 있어"

박근혜 대통령이 내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즘 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20일 밝혔다. 우리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訪中)을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3() 정상회담 추진'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시 주석과 갖는 여섯 번째 정상회담이다. 또한 2013, 2014년에 이어 매년 박 대통령의 방중이 이뤄지게 됐다.

 

전승절 기념식의 일환으로 중국이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열병식(군사 퍼레이드)에 박 대통령이 참석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93일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내달 2~4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열병식 참석 여부는 제반 상황을 파악하면서 검토 중이다. 적당한 때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일단 박 대통령이 열병식에도 참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열병식은 전승절 행사 말미에 배치돼 있다""중간에 박 대통령이 퇴장한다면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만 못한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청와대가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은 중국과 동북아 패권을 다투는 동맹국 미국의 입장을 고려했다는 관측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전승절 행사에 참여하고 한·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상하이로 이동, 다음 날인 4일 열리는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한다. 상하이 임정(臨政) 청사는 중국 정부가 비용 전액(7억원)을 부담해 이날 재개관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날 방중(訪中) 결정은 국내외의 다양한 '반대론'을 무릅쓰고 이뤄졌다.

 

상대적으로 소수였지만 방중 자체에 대한 반대도 있었다. '·미 동맹을 감안해 가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은 우리에게 '동맹'이고, 중국은 '중요 국가'"라며 "중국의 안보·경제적 중요성을 고려해 내린 결론"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국이자 북한·북핵 문제를 푸는 데 있어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라며 "그런 중국이 이번에 박 대통령의 참석을 '간절히' 원했다"고 했다.

 

중국은 열병식을 통해 첨단 무기를 선보임으로써 군사력 측면에서도 G2 반열에 올랐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과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은 이날 행사에 불참키로 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참석이 중국으로선 긴요한 과제가 됐다.

 

일각에서는 '우리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 전승절 행사가 '항일(抗日) 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의미가 있고 양국이 항일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참석할 명분이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신경 쓴 것은 동맹국인 미국의 기류였다. 청와대는 지난 12'·미 정상회담이 1016일 개최된다'고 발표했다. ·미 정상회담을 두 달여 앞두고 그 일정을 전격 발표한 것은 한·미 관계를 고려한 조치로 해석됐다.

 

'미국 정부가 박 대통령의 방중에 대해 부정적 의사를 한국 측에 전달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를 백악관이 공식 부인하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미국 조야(朝野)에는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류가 적지 않다. 외교 라인 관계자는 "미국 측에도 충분히 사전 설명을 했다""미국에도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들을 진행해 왔다"고 했다.

 

청와대가 이날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미정(未定)"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기류를 고려한 것이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박 대통령이 열병식에도 참석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계속 고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미국은 물론 국내 여론도 의식한 결과다. 지난 10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에 대해 '찬성'39.5%, 반대가 32.7%였다.

 

6·25 전쟁 당시 한·중 양국 군대가 총부리를 겨눴던 과거사도 열병식 참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중국 측은 6·25'정의로운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라고 평가해 왔다. 외교부의 한 인사는 "이 같은 인식의 간극까지 메우기는 쉽지 않겠지만, 퍼레이드에 중국의 6·25 참전 부대는 참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중국 측과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을 계기로 2012년 이후 중단됐던 '··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등 동북아 외교전에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는 10월 한·미 정상회담 외에도 9월 유엔 총회, 11월의 각종 다자(多者)회의 등 굵직한 외교일정들이 즐비하다"면서 "그 첫 단추를 9월 방중으로 꿰려는 것 같다"고 했다.

 

최재혁 기자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