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매일경제, 기사입력 2015.05.03 18:10:22 | 최종수정 2015.05.03 21:59:34
아베 신조는 일본 총리로는 최초로 미국 상·하원 의원이 모인 자리에서 연설했다. 70년 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해 가며 일본을 무릎 꿇게 한 미국이 미 서부에서 바라보는 태평양 전체와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고 공식 선언하며 한몸 같은 미·일동맹과 일본의 위상을 인정해준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역사의 지축을 흔드는 대사건으로 기록될 큰 변화다.
이러한 변화 배경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리밸런스(재균형) 정책, 즉 아시아·태평양에서 미국의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일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전 세계에 공표한 것이다. 미국은 핵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전투군단을 포함해 미 해군력 전체의 6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투입하고 있지만 가깝게는 북한, 멀게는 중국을 견제하기에는 힘이 달린다. 그래서 일본의 우주첩보, 세계 제1 디젤잠수함 실력 등 군사력 도움이 절실한 것이다.
둘째, 미·일동맹의 본질은 `적은 중국`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번 미·일 신방위협력지침에는 지금까지 없던 우주와 사이버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이유는 2007년 중국이 미사일로 지상으로부터 수백 ㎞ 떨어진 우주공간에서 인공위성을 격파한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지금은 기술이 더욱 발달해 고도 3만6000㎞ 위의 기상위성까지도 파괴할 수 있는 우주 실력을 갖췄기에 세계 최고 우주 실력을 가진 일본이 더욱 필요해진 것이고 첩보 위성정보의 공유와 협력을 합의한 것이다.
셋째는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고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센카쿠열도가 중국의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 군사력이 투입돼 방어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해양세력이 확대돼 동중국해, 남중국해, 더 나아가서는 서태평양까지 넓히려는 의도를 미국이 분명하게 경고한 것이다.
한국이 유념해서 지켜봐야 할 것은 미국과 중국의 힘싸움이 진정되지 않고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면 지정학적으로 한가운데 있는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동북아 평화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창출하는 외교를 펼쳐나가야 한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군사력이 집중되는 한반도 안보 불안을 한국 스스로 풀어나가야겠다는 파격적인 발상의 전환으로 동북아 평화의 꿈을 그려나가야 한국이 평화와 번영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
동북아 평화의 꿈이라는 생각은 동북아 평화번영체제라는 동북아의 국제적 레짐으로 진화돼야 하는데 꿈과 비전을 가지면 안 될 일도 없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과다한 군비 경쟁을 줄이고 그 돈을 동북아의 산적한 문제인 미세먼지, 원자력 안전, 북한 기아 구제, 빈부 격차 해소에 쓸 수 있는 평화로운 동북아로 만들자는 제안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시작은 무망하고 미미할지 모르나 한국이 이 대화체제에서 의장국이 된다는 꿈과 생각을 갖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추진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그 꿈이 현실이 될 날이 있을 것이다. 미국 중국 일본도 군비 경쟁에 돈을 쓰느라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은 침략 역사가 없는 국가이기에 동북아 평화의 주도권을 쥘 자격이 있다.
다음은 한·일 관계인데, 침략사 문제는 이미 교과서에 수록돼 일본 어린 세대들이 왜곡된 역사를 배우게 되고 왜곡 그 자체는 그대로 굳어진다. 그래서 긴 안목을 갖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 한·미·일 안보협력 문제는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한국 형편으로 하루빨리 한·일 관계를 복원시켜 세 나라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멀게는 동북아 평화의 꿈을 꾸며 외교력을 펼쳐 나가고 가깝게는 한·미·일 동맹의 안보협력을 시급히 복원시켜야 할 시점이다.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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