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利益집단 공화국

상 상 2014. 12. 8. 17:25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4.12.08 05:38

 

한국은 어느새 전 국민이 이익집단에 속하는 국가가 됐다. 좌우·보혁 세력은 이익집단화된 지 오래고, 세대 간 갈등도 이익집단으로 분화되고 있다. 어느 정치인의 노인 폄하 발언에 대한 노인단체들의 반발도 그 중 하나다. 기혼자와 미혼자 간의 대결 조짐도 보인다. 독신자에게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싱글세()' 논란은 우리나라 미혼자를 하나의 집단으로 묶었다. 결혼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세금까지 물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독신자들은 항의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무원뿐 아니라 공무원 가족까지 이익집단에 눈뜨게 하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도 노조라는 이익집단을 만든다. 어떤 유족단체 대표들은 힘없는 대리기사를 폭행해 국민의 분노를 샀다. 이익집단에 들어 있어야 쥐꼬리만 한 권력이라도 휘두를 수 있다는 말이 실감 나는 사건이었다.

 

밀양에 이어 여주·이천 주민들은 송전선로와 변전소 설치를 반대하며 이익집단화의 길을 가고 있다. 우리나라가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 시설 건설은 이익집단이 무서워 건설 시기를 아예 2055년으로 멀찌감치 늦춰 잡았다.

 

이익집단이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민주사회에서 자기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행동 자체는 탓할 게 못 된다. 문제는 이익집단 간의 이해 갈등을 조정해줘야 하는 게 의회 정치 시스템인데 국회 자체가 이익집단으로 나뉘어 서로 물고 뜯고 싸우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가 못하는 건 법원이 풀어줘야 하는데 법원도 조정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이러니 정부가 뭐 하나 추진하고 싶어도 이익집단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정부 정책을 반대하고 싶으면 트위터와 SNS에 여론몰이를 하고, 서울 광화문·시청·청계천 광장을 점령하면 된다. 광화문 반경 2이내 시위 현장은 헌법 위에 '떼법'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기업들도 죽을 맛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도 바쁜데 언제 어디서 누가 발목을 잡을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하는 대관(對官) 업무 전문가를 찾는다고 했다. 어떤 부처는 이쪽 이익단체를 대변하고, 다른 부처는 저쪽 이익단체를 대변하기 때문에 종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굴지의 한 대기업은 시민단체나 온라인을 전담 대응하는 홍보실 조직을 신설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한국으로 들어온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동아시아 신흥국 중 꼴찌였다. 2008년 우리나라와 비슷했던 싱가포르는 지난해 우리보다 5배나 많은 FDI를 유치했고, 우리보다 적었던 인도네시아도 50%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 기업이 한국 시장을 기피한다는 것은 국내 기업도 사업하기 힘들다는 소리다.

 

이쯤 되면 이제는 우리 사회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이익집단의 이해·갈등을 정치가 조정·해결해주든지, 아니면 법 테두리 안에서 추상같이 처리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안 그러면 권리만 있고 책임은 안 지는 이익집단 때문에 온 나라가 거덜 난다.

 

최우석 산업1부 차장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