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김우중 "대우차, GM에 거의 공짜로 넘어갔다"

상 상 2014. 8. 19. 17:11

[중앙일보] 입력 2014.08.19 00:46 / 수정 2014.08.19 00:46

 

내주 나올 저서에서 주장

외환위기 극복 방안 놓고 경제 관료와 충돌했던 탓

IMF 잘못된 처방전 때문에 한국경제 15년 저성장 재앙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6일 나올 대화록에서 대우가 유동성 위기라는 당시 정부의 주장은 본말을 전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은 20123월 대우 창립 45주년 행사에 참석한 김 전 회장. [사진 중앙포토]

외환위기 극복 방안을 놓고 경제 관료들과 충돌하면서 대우자동차가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에 거의 공짜로 넘어간 것이다.”

 

 김우중(78)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우자동차(현 한국GM) 매각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26일 발간되는 책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지음)에서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동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리는 대우포럼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책에서 대우의 성장과 해체 IMF 프로그램의 문제점 이후 재판 과정과 최근 김우중 키즈양성 등에 대해 토로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이 그룹의 성장과 해체에 대해 술회한 것은 1999년 대우그룹이 좌초한 지 15, 자신이 저술한 베스트셀러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펴낸 지 25년 만이다.

 

  대우차의 경우 지나치게 글로벌 투자를 늘리다 부실을 초래했다는 게 당시의 진단이었다. 대우차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GM 측에 합작을 요청했고, GM이 이를 거절했다는 내용이다. 김 전 회장은 이즈음 정부가 주도했던 유동성 규제조치가 대우를 위기로 몰고 간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98년 금융감독원은 두 차례에 걸쳐 회사채 발행 한도 제한 같은 규제정책을 발표했다. 이후 일본 노무라증권이 대우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금융권이 발 빠르게 자금 회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당시 금융감독위원장)는 회고록 위기를 쏘다에서 대우는 구조조정에 소극적이어서 시장 신뢰를 잃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부총리의 회고록 내용이 전해진 뒤 김 전 회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상당히 불쾌한 감정을 토로했다는 게 복수의 전직 대우 임원들의 얘기다. 대우그룹 해체를 놓고 해당 관료-기업인 간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는 또 책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첫 단추를 잘못 꿰는 바람에 이후 한국 경제가 15년 이상 투자 부진과 내수 침체라는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IMF가 제시했던 재정 긴축과 고금리, 부채 비율 200% 축소 같은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후 한국 기업에서 특유의 활력을 앗아갔다는 얘기다. 외환위기 직후 김 전 회장은 획기적으로 수출을 늘리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주장했었다. 실제로 한국이 IMF 지원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던 비결도 경상수지 확대가 첫손으로 꼽힌다.

 

 김 전 회장은 2008년 특별사면을 받은 이후 베트남 하노이에 주로 머물고 있다. 이른바 김우중 키즈를 키우는 게 요즘 그의 가장 큰 관심사 다. 옛 대우 출신이 운영하는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2011년부터 베트남·미얀마에서 글로벌 영 비즈니스 매니저(GYBM)’ 육성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자주 특강을 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한국을 찾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에 왔을 때는 세월호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그의 오랜 측근은 당시 김 회장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국이 새로 태어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말을 했다젊은이와 한국 경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추징금 179000억원은 미납 상태다.

 

 다만 이번에 출간되는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김 전 회장의 정식 회고록은 아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장병주 회장은 이번 출간은 지나간 사실을 그대로 알려주자는 취지다. 김 전 회장으로선 억울한 부분이 있다외환위기의 주범이 아니라 최대 피해자가 대우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67년 와이셔츠를 수출하던 대우실업으로 창업한 대우그룹은 불과 30여 년 만에 자산 76조원, 계열사 41개를 거느린 재계 2위 공룡기업으로 성장한다. 998월 해체됐고, 이후 대우자동차·대우(현 대우인터내셔널) 등 일부 계열사들은 새로운 주인을 찾은 상태다.

 

이상재·김현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