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민족의 성쇠는 매양(늘, 매번) 그 사상의 추세 및 방향(추향-趨向) 여하에 달린 것이며,
사상 추세와 방향(추향-趨向)의 혹 좌(或左), 혹 우(或右)는 매양(늘, 매번) 모종 사건의
영향을 입는 것이다.
그러면 조선 근세에 종교나 학술이나 정치나 풍속이 사대주의의 노예가 됨이 무슨 사건에 원인함인가.
어찌하여 효하며 어찌하여 충하라 하는가.
어찌하여 공자를 높이며 어찌하여 이단(異端)을 배척하라 하는가.
어찌하여 태극이 양의(兩儀)를 낳고 양의가 팔괘(八卦)를 낳는다 하는가.
어찌하여 수신(身修)연후에 가제(家齊: 齊家-제가)요 가제 연후에 국치(國治:치국-治國)인가.
어찌하여 비록 두통이 날지라도 갓과 망건(관망-冠網)을 끄르지 않으며
티눈이 있을지라도 버선을 신는 것이 예이었던가.
선성(先聖: 성현)의 말이면 그대로 좇고, 선대(先代: 앞 세대)의 일이면 그대로 행하여
일세(一世: 한 시대)를 몰아 허약(잔약-殘弱), 쇠퇴, 부자유의 길로 들어감이 무엇에 원인함인가.
왕건의 창업인가, 위화도의 회군인가
임진의 왜란인가, 병자의 호란인가
사색의 당파인가, 반상의 계급인가
문관은 귀하게 무관은 천하게 여긴 폐해인가(文貴武賤의 弊 - 문귀무천의 폐인가)
정주학설이 끼친 해독인가((程朱學說의 遺毒-정주학설의 유독인가.)
무슨 사건이 전술한 종교 학술 정치 풍속 각 방면에 노예성을 산출하였는가.
나는 일언(한마디)으로 회답하여 가로되
고려 인종 13년 서경전역(西京戰役) 즉 묘청이 김부식에게 패함이 그 원인이라 한다.
서경전역(西京戰役)의 양편 병력이
각 수만에 불과하며,
전역(특정 지역의 범주 내에서 벌어지는 단일 군사작전)의 시작과 끝(首尾-수미)이
2년이 되지 않았지만(兩個年에 不滿-양개년에 불만 했지만),
그 전역의 결과가 조선사회에 영향을 끼침은
서경전역이 이전에 고구려의 후예요 북방의 대국인 발해 멸망의 전역보다도,
서경전역 이후 고려 대 몽고의 60년 전역보다도 몇 갑절이나 더 컸으니(突過하였으니),
대개 고려에서 이조에 이르는 1천년간에 서경전역에 넘어설(지날) 대사건이 없을 것이다.
서경전역을 역대의 사가들은 다만 왕의 군대(王師-왕사)가
반역한 역적(反賊-반적)을 친 전역으로 알았을 뿐이었으나 이는 근시안의 관찰이다.
실상은 그 전역이
낭불 양가 대 유가의 전쟁이며(郎佛 兩家대 儒家의 戰-낭불 양가 대 유가의 전),
국풍파 대 한학파의 전쟁이며(國風派대 漢學派의 戰- 국풍파 대 한학파의 전),
독립당 대 사대당(事大黨)의 전쟁이며,
진취사상 대 보수사상의 전쟁이니,
묘청은 곧 전자의 대표요 김부식은 곧 후자의 대표이었던 것이다.
이 전역에 묘청 등이 패하고 김부식이 승하였으므로
조선사(朝鮮史)가 사대적 보수적 속박적(束縛的) 사상 즉 유교사상에 정복되고 말았거니와,
만일 이와 반대로 김부식이 패하고 묘청 등이 승하였더라면
조선사가 독립적 진취적 방면으로 진전(進展)하였을 것이니,
이 전역을 어찌 일천년래 제일 대사건이라 하지 아니하랴.
좌에 전역 발생의 원인과 동기를 먼저 서술하고 그 다음으로
전역으로 하여 생긴 영향을 논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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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설 >
1. 여기에서 저 유명한 단재선생의 말씀이 나옵니다.
바로 이 구절입니다.
"어찌하여 효하며 어찌하여 충하라 하는가.
어찌하여 공자를 높이며 어찌하여 이단(異端)을 배척하라 하는가.
어찌하여 태극이 양의(兩儀)를 낳고 양의가 팔괘(八卦)를 낳는다 하는가.
어찌하여 수신(身修)연후에 가제(家齊: 齊家-제가)요 가제 연후에 국치(國治:치국-治國)인가.
어찌하여 비록 두통이 날지라도 갓과 망건(관망-冠網)을 끄르지 않으며
티눈이 있을지라도 버선을 신는 것이 예이었던가."
이 말씀은 낭의 사상에 매몰되어 남의 정신적 노예가 되지 말라 ! 하고 일갈하신 것입니다.
우리조상들이 잘못 유학에 매몰되어 중국인들의 정신적 노예가 된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중국 떼놈들을 우러러 받들고 우리민족 스스로 중국의 신하를 자처한 적이 있었습니다.
유학에 매몰되어 유약에 흐르고 그래서 결국에는 나라를 잃고 마는 처참한 지경에 까지 이르렀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남의 사상에 매몰되어 남의 정신적 노예가 된 결과입니다.
따라서 단재선생께서 바로 이 점을 일갈하신 것입니다.
이러한 일은 오늘날에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작태로 하루빨리 고쳐야할 악습입니다.
남의 것은 교류하고 쓰기는 하되 그것에 완전히 매몰되어 남의 정신적 노예로 전락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하겠습니다.
2, 전역: 특정 지역의 범주 내에서 벌어지는 단일 군사작전
1) 원본출처: 조선사연구초(인터넷 판 - 위키문헌)
http://ko.wikisource.org/wiki/%EC%A1%B0%EC%84%A0%EC%82%AC_%EC%97%B0%EA%B5%AC_%EC%B4%88
2) 참고문헌: 조선상고문화사(외), 비봉출판사, 2008년판
* 조선사 연구 초(朝鮮史硏究草), <저자: 신채호>
가. 고사상(古史上) 이두문 명사 해석법
나. 삼국사기(三國史記) 중 동서(東西) 양자(兩字)의 상환(相換) 고증(考證)
다. 삼국지 동이열전 교정
라. 평양 패수고
마. 전후 삼한고(前後 三韓考)
바. 조선역사상 일(一)천년래 제일 대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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