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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2535억달러짜리 선물' 풀자 트럼프 "무역 불공정은 중국 탓 아니다"

상 상 2017. 11. 10. 19:57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7.11.10 03:02

 

[트럼프 방중]

 

"미국의 지난 정부가 비난받아야" ·경협 서명, 양국 웃음만발

"당초 25분 예정됐던 자금성 만찬2시간 넘게 모든 순간 즐거웠다"

 

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가 대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축사에서 "불행하게도 미·중 무역관계는 일방적이고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의 면전이었다. 그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취, 강제 기술 이전 등 불공정한 관행을 하나하나 나열했다. 장내가 술렁거렸다.

 

그 순간 반전이 이어졌다. "But, but(하지만, 하지만)"이라고 뜸들이던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나왔다. "중국을 비난하지 않겠다!" 숨죽이던 객석에서 웃음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연단의 시 주석도 고개를 젖히며 크게 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국가가 국민을 위해 다른 나라를 이용하는 걸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시 주석을 바라보며 "그 점에선 중국을 높이 평가한다"고도 했다. 그는 "진짜 비난받아야 할 것은 미국의 지난 정부"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방중 일주일 전까지도 중국을 맹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은 이날 두 정상이 지켜보는 앞에서 2535억달러(283조원)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경협안에 서명했다. 중국 기업과 펀드들이 미국에 투자하거나 미국산 제품을 대거 구매하겠다는 내용의 선물 보따리였다. 중국항공기재그룹이 보잉 여객기 300대를 구매(370억달러)하고, 휴대폰 업체 샤오미·오포·비보가 3년간 미국 퀄컴의 부품 120억달러어치를 사기로 했다. 중산 중국 상무부장은 "2535억달러는 미·중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협 역사상 전례가 없는 신기록"이라고 말했다.

 

전날 자금성으로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초청해 만찬을 열었던 중국은 이날도 황제급 의전을 이어갔다. 오전 920분 인민대회당 앞 광장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내외에 대한 환영식은 중국 CCTV가 이례적으로 생중계했다.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위해 중국 당국은 천안문 앞 장안가의 교통을 완전 차단했다. 100만명이 모일 수 있는 44면적의 천안문광장도 통째로 비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전에 대한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환영식 동영상을 올리고 "이처럼 믿을 수 없는 행사로 맞아준 데 대해 시 주석에게 감사한다"고 썼다. 확대 정상회담에서는 "전날 (자금성) 만찬은 당초 서울에서 도착한 내 피로를 고려해 25분으로 예정됐지만 2시간 넘게 이어졌다""나는 그 모든 순간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