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0년 수천억 들인 3大 핵심 기술 파묻힐 위기

상 상 2017. 7. 27. 20:17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7.07.27 01:56

 

냉각펌프·계측제어·안전코드 다 가진 나라는 ··


한국수력원자력은 2006년 원전 설계 핵심코드 연구에 들어가 2015년 말 개발을 마쳤다. 지난 3월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인허가 절차까지 끝냈다. 원전 설계 핵심코드는 원전 사고 시 안전 시스템을 작동시켜 방사능 유출을 막고 원전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전산 프로그램이다. 한수원이 개발하기 전까지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아레바 기술이 전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었는데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한수원은 이를 신한울 3·4호기에 처음 적용할 방침이었지만 새 정부가 신규 원전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애써 개발해놓은 이 기술은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

 

이뿐 아니다. 우리는 원전 설계 핵심코드를 비롯, 원자로 냉각재 펌프, 계측 제어 시스템(MMIS) 등 이른바 '3대 핵심 원전 기술' 국산화를 위해 10여 년 동안 2300억원을 쏟아부어 어렵게 성공했다.

 

계측제어 시스템은 2010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개발에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원전의 운전과 제어·감시·계측, 비상시 안전 기능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원전의 두뇌'에 비유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두산중공업·한국전기연구원 등이 2001년부터 9년간 개발에 몰두, 성과를 이끌어냈다. 2012년에는 두산중공업·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이 5년의 연구 끝에 원자로 냉각재 펌프 국산화에 성공했다. 냉각재 펌프는 원자로를 식혀주는 역할을 하는 원전 핵심 설비다. 우리가 개발하기 이전에는 미국 기술에 의존해야 했다.

 

이처럼 원전 건설에 필요한 3대 핵심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우리 말고 미국·프랑스밖에 없다. 국산 냉각재 펌프와 계측 제어 시스템은 공정률이 90%가 넘는 신한울 1·2호기에 처음 적용됐으며 공론화를 위해 공사가 일시 중단된 신고리 5·6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에 속속 도입될 계획이었다. 더욱이 이 기술들은 해외 원전 수출에 있어 비장의 무기 역할을 할 상황이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한국 원전 기술은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앞서 있다""이 기술이 사장된다면 어마어마한 국가적 낭비"라고 말했다.

 

김승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