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얼굴 붉히고 끝난 美·中 경제대화… 무역전쟁의 서막

상 상 2017. 7. 21. 20:31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7.07.21 03:04

 

[기자회견 취소·논평 거부, 중국산 철강에 보복관세 가능성]

 

재무 "對中 적자 390조원중국 정부가 경제 개입한 탓"

상무장관도 "자유무역 아니다"

 

부총리 "대립은 서로에 손해"

언론도 "중국의 對美 수출은 WTO 규정 따른 합법적인 것 "

 

미국과 중국이 19(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양국 경제 수장(首長)을 출전시킨 가운데 '포괄적 경제 대화'를 개최했으나, 산적한 현안에 대한 아무런 돌파구도 찾지 못하고 날 선 공방만 벌였다고 AP통신 등이 이날 전했다. ·중은 폐회식 기자회견도 취소했다. 미국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을, 중국은 왕양 국무원 부총리를 각각 대표로 내세웠다.

 

·중은 지난 4월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 제재 보류와 중국의 대북 제재 협조를 고리로 100여 일간 '허니문' 기간을 보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중국의 미지근한 대북 제재에 불만을 터뜨리면서 양국 간 경제·무역 전쟁이 불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날 미국의 철강 관련 주식은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에 보복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3470억달러(390조원)에 달하는 지난해 대중 무역 적자를 거론하며 "중국 정부가 경제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은 중국 시장에 더 많이 접근하고 '평평한 운동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중국 측 대표인 왕양 부총리 면전에서 "이것(대중 무역 적자)은 자유무역의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왕 부총리는 이에 대해 "양측의 모든 차이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대립은 서로에게 더 큰 피해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했다. 협상론을 폈지만, 성과는 없었다. 미 재무부는 예정됐던 기자회견이 취소됐다는 이메일을 기자들에게 보냈다. 매년 채택해왔던 공동성명도 없었다. 왕 부총리는 기자들 질문에 응답하지 않고 미 재무부 건물을 떠났다. 중국 외교부는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양국이 무역 불균형 축소를 위해 협력하는 데 동의했다"고만 밝혔다. ·중 정상은 지난 4월 초 '100일 안에 양국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고 합의했으나, 100일은 지난 16일로 끝났다.

 

이번 경제 대화에서도 구체적 합의 도출에 실패함에 따라 미 행정부가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와 쿼터제 등을 추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전문가를 인용해 "관세 부과는 수일 내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철강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런 기대 때문에 이날 뉴욕 증시에선 US 스틸과 AK 스틸, 누코어 등 미국 철강 업체의 주가가 2~5% 급등했다. 에스와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중 관계가 다시 험로로 접어든 것 같다"면서 "어느 쪽도 상대방에게 부드럽게 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들은 이날 무역 불균형에 대한 책임을 미국 측으로 돌리며 반박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중국의 대미 수출은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에 따른 합법적인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의 첨단 제품과 기술을 수입하고 싶지만, 정작 미국 스스로 중국에 대한 수출을 금지하고 있어 (미국) 기업들이 (대중) 수출을 늘릴 기회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를 요구하는 미국 주장에 대해선 "중국인들은 미국의 유전자조작 농산품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번 회담을 앞두고 칼럼에서 "미국의 실패가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있다"고 썼다고 미국 CNBC가 이날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미국은 정치적 혼란에 빠져 시스템 붕괴를 겪고 있다""이것이 워싱턴이 아무 일도 해내지 못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때 전 세계 모델이던 위대한 미국의 실패가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고 CNBC는 전했다.

 

뉴욕=김덕한 특파원 / 베이징=이길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