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韓·美 금리차 0.25%P…韓銀 금리결정 '진퇴양난'

상 상 2017. 6. 12. 20:20

출처: 매일경제, 입력 : 2017.03.16 17:57:38 수정 : 2017.03.16 20:27:43

 

가계부채 걱정에 올리기도, 자본유출 우려에 내리기도


 

기준금리 인상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15(현지시간)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8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경기를 살리기 위해 내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이다. 특히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는 건 이제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견이 한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올해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향성 외에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장병화 한은 부총재는 16일 오전 열린 통화금융대책반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금리를 올렸다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기계적으로 올리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 내부 분위기는 이미 바뀌고 있다. 한은과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국내 경기 상황이 더 악화되면 금리를 인하해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2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과 자본 유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금통위원들의 경기 인식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이번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한미 양국 간 금리 격차는 0.25%포인트로 좁혀졌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이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찌감치 예고했고, 연준이 정책금리를 두 차례만 더 올려도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현실이 된다. 양국 금리가 역전되면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더 높은 금리를 좇아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은 6개월째 순유출되고 있다. 이 기간 빠져나간 자금은 116억달러(133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채권금리도 이미 미국 금리를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16일 국고채 5년물 금리는 1.881%.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도 바뀌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정례 간부회의에서 "한은 정책 변화에 영향을 줄 만한 여건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미국 추가 금리 인상 속도가 가속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선 이 발언을 두고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도 올해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IB) 등 국내외 투자자들의 한은 통화정책에 대한 전망도 바뀌었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지난 1월 한은이 올해 세 번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측했다가 최근 '동결' 전망으로 급선회했다.

 

문제는 국내 경기가 너무 나쁘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실업률은 5.0%7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대통령 탄핵,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소비·투자·생산 가릴 것 없이 바닥을 치고 있다.

 

이에 따라 금리 동결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금리 조정보다는 금융중개지원대출 적용 범위를 확대하거나 통화안정증권 발행,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 등 단기 시장 안정화 조치로 미국 금리 인상에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부장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