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두 스트롱맨의 첫 대좌… 의제 조율 덜 된 '도박같은 정상회담'

상 상 2017. 4. 7. 17:50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7.04.07 03:11 | 수정 : 2017.04.07 07:53

 

[오늘 ·정상회담] 숙소 따로, 공동성명 낼지도 미정

 

- 트럼프, 북핵·무역 압박할 듯

트럼프 "북핵 해결은 내 책임"

백악관은 '세컨더리 보이콧' 거론'反中' 무역위원장도 회담 참석

 

- 시진핑, 역습 노릴 듯

"에 대규모 투자" 카드 꺼내 "이익 존중" 발언 유도 전략

방송사, 훈훈한 모습 연출 고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이 6(이하 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의 트럼프 대통령 별장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12일 일정으로 열린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북핵 문제와 무역·통상,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대만 정책 등 첨예한 이슈를 놓고 담판을 벌일 예정이다. '위대한 미국의 부활'을 외쳐온 트럼프와 '위대한 중화민족 부흥'을 약속해온 시진핑 두 '스트롱맨'의 만남을 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판돈 큰 도박 같은 정상회담'이라고 표현했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인 방중(訪中) 이후 미·중 관계가 지금처럼 어려운 적이 없었고, 회담 결과도 세계 무역과 안보 지형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정상은 6일 회담장 도착 직후 티타임을 가진 뒤 환영 만찬을 갖는다. 7일에는 릴레이 회의와 실무 오찬을 통해 수차례 만날 계획이다. 그러나 공동 기자회견과 공동 성명 발표 여부는 정상회담 전날까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북핵 등 핵심 의제에서 양측이 의견 접근을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회담장인 마라라고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골프 라운딩을 즐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골프 리조트다. 하지만 이번엔 골프 일정은 완전히 빠졌다. 집권 이후 반()부패 개혁을 몰아치며 관가에 골프 금지령을 내린 시 주석은 골프 대신 산책을 택했다. 두 정상은 7일 중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2013년과 2014년에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통역을 대동한 채 노타이 차림으로 산책을 했다. 양측의 기 싸움은 일정뿐 아니라 숙소를 정하는 데서도 드러났다. 시 주석은 협상은 마라라고에서 하되 숙소는 10쯤 떨어진 '오 팜 비치' 리조트로 잡았다. 예측 불허의 스타일을 구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역시 지난 2월 마라라고에서 23일간 숙식을 같이하며 정상회담을 했던 아베 총리와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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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담에서는 북핵 문제와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가 가장 첨예한 이슈가 될 것이라는 게 외신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미국은 정상회담 전날인 5일에도 대통령과 참모들이 나서 중국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요르단 국왕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곧 플로리다에서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다""우리는 북한이란 큰 문제를 안고 있다. 그것(북핵 해결)은 내 책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더 이상 거대한 (대중) 무역 적자와 일자리 손실을 볼 수 없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엔 대표적인 반중(反中) 학자 출신인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한 제3국의 기업·개인 제재)을 논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대북 접근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정상회담 초반부에 의제로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이런 압박에 맞서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와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치밀한 성격답게 예측이 힘든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장면을 연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국영 방송사가 어떻게 두 정상 간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했다. 시 주석 입장에선 트럼프 앞에서 홀대를 당하는 모습이 나와 체면을 깎이면 올가을 19차 당대회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 NYT"시 주석이 미국 인프라 구축과 공장 건설 등 대규모 투자 카드로 트럼프의 압박을 피하려 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통해 '중국의 이익을 존중한다'는 발언을 이끌어낼 경우 정치적 승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인 빌 게이츠 등의 인터뷰를 통해 미·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두 나라가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준을 넘어 더 큰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워싱턴=조의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