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FTA를 누가 '매국'이라 외쳤나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7.03.13 03:15
[韓·美 FTA 발효 5년]
2011년엔 "을사늑약" "의료비 급등" 선동·괴담 난무했지만 5년새 허위 드러나… 이젠 美가 "불공정하다" 재협상 주장
"을사늑약과 한·미 FTA는 본질이 같다."(정동영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 "안보 정국을 틈타 우리나라 이익을 팔아먹은 걸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손학규 민주당 대표) "(한·미 FTA) 효력 정지 특별법을 만드는 데 찬성한다."(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미국 법 아래 한·미 FTA가 있고 그 아래 한국 법이 있다."(한·미 FTA 반대 각계 1000인 선언)
지난 2011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을 앞두고 야당 정치인들과 시민·재야 단체 지식인들이 쏟아낸 발언들이다. 이해 11월 22일 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이에 반발한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단상에서 최루탄을 터뜨려 주변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기도 했고, 한 일간지는 비준안을 찬성한 국회의원 151명 얼굴 사진을 1면에 실었다. 이에 앞서 2008년엔 비준 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려던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 문을 민주당 의원들이 대형 쇠망치와 배척(일명 빠루)으로 뜯어낸 일도 있었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2012년 3월 15일 한·미 FTA가 발효됐다. 오는 15일로 발효 5주년을 맞는다. 비준 이후 "미국산 소고기 수입으로 광우병이 창궐한다" "맹장 수술비가 900만원까지 오른다" "물값이 폭등해 빗물을 받아 쓰게 된다"는 등 선동적 구호가 난무했다. 인터넷을 타고 'FTA 괴담'도 널리 퍼졌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과장과 허위·무지에 기반을 둔 망상이었다는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광우병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고, 맹장 수술비는 45만원으로 4만원 올랐을 뿐이다. 비싼 물값 때문에 빗물을 받아 쓰는 사람도 없었을 뿐 아니라 FTA 발효 이후 5년간 한국 대미 무역 흑자는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한국 제품 미국 시장 점유율은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한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게 하는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조항을 놓고 반대 진영에선 "주권국가 권리가 무력해진다"고 주장했으나 지금까지 한·미 FTA 때문에 벌어진 ISD 제소는 한 건도 없었다. 새로 들어선 미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를 두고 "불공정하다"면서 줄기차게 재협상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개별적으로 보면 농가 등 일부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도 있고 사회적 갈등 비용도 컸지만 총량적으로 한·미 FTA는 한국에 유리한 협상이었다"고 평가했다.
김승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