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分社 원안대로 통과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7.02.28 03:00
노조 반발 속 임시 주총서 처리
현대중공업은 27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를 사업부별로 나누는 분사(分社)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현대중공업은 4월 1일 자로 조선·해양·엔진 사업만 유지하고, 기존 전기·전자 사업은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건설장비는 현대건설기계, 로봇 사업은 현대로보틱스로 분리한다. 그린에너지와 선박 서비스 사업은 작년 12월 각각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와 현대글로벌서비스로 분사한 바 있다.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이 가진 정유 부문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지분 91.3%와 차입금 2조원, 현대중공업 자사주 13.4%를 넘겨받아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 현대중공업은 조선과 비(非) 조선 부문 사업 분리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별로 신속한 의사 결정 체계를 만들어 그룹 전체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분사가 완료되면 현대중공업 부채비율은 106%에서 95% 수준으로 낮아진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2조원가량 현금 유입 효과가 생기고, 6개월 내에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되기 때문에 지배구조도 개선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주식은 3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거래가 정지된다. 현대중공업과 분리 신설되는 3개 회사 주식은 5월 10일부터 거래가 가능해진다.
회사 측은 분사가 되더라도 소속 회사만 바뀔 뿐 100% 고용 승계가 이뤄지고, 고용 조건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이번 분사를 인력 구조 조정 사전 포석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5분에 시작한 임시 주총은 노조원들의 극심한 반발로 네 차례 정회하는 등 파행을 거듭하다 오전 11시 40분쯤 표결 처리됐다. 우리 사주를 가진 조합원들은 주총장에서 고성을 지르고, 호루라기를 부는 등 진행을 막았다. 일부는 단상 진입을 시도하다 회사 측 진행 요원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경찰이 주총장 질서 유지에 나서면서 표결이 마무리됐다. 노조 측은 "주총이 민주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법적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수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