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트럼프 취임 신난 유럽 극우들 “이젠 우리가 일어날 것”

상 상 2017. 1. 23. 19:33

[중앙일보] 입력 2017.01.23 01:29 수정 2017.01.23 01:42 | 종합 14면 지면보기

 

미국 취임식 다음날 유럽 극우 모여

프랑스 르펜 “EU서 주권 되찾을 것

빌더스 네덜란드를 다시 위대하게

각국 선거 앞두고 세몰이 나서

 

21일 독일 코블렌츠에서 유럽 극우 정당 대표 회의에 참석한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 대표(오른쪽 세번째)와 헤이르트 빌더스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왼쪽 세번째)가 셀카를 찍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프라우케 페트리 독일을 위한 대안(AfD) 대표와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북부동맹 대표 등이 참석했다. [로이터=뉴스1]

.“2016년은 앵글로색슨 세계가 일어난 해였다. 2017년은 유럽 대륙의 사람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21(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가 같은 날 독일 코블렌츠에서 열린 유럽 극우·포퓰리즘정당 대표 회의에서 한 말이다.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취임식 바로 다음 날에 열렸다. 영국과 미국의 앵글로색슨 민족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트럼프 당선을 낳았으니 유럽에서도 자신들을 중심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회의는 유럽의회 내 극우정당 모임인 유럽의 민족·자유(ENF)’가 개최했다. 르펜 대표가 주도해 설립한 단체로 유럽연합(EU) 해체론자들의 근거지다.

 

르펜 대표는 회의에서 영국의 브렉시트가 유럽에서 도미노 효과를 일으키는 출발점이 됐다국민들이 운명을 직접 결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연설에 대해서도 유럽에 대한 그의 입장은 분명하다. 그는 국민들을 압박하는 시스템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는 4~5월 치러질 프랑스 대선에서 국민전선 후보로 확정된 르펜 대표는 1차 투표를 통과하고 두 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대선에서 이길 경우 EU를 향해 프랑스에 주권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고 이를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EU가 거절하면 프랑스인들에게 나가자고 제안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유럽의 자유라는 슬로건을 내건 회의에는 네덜란드 자유당의 헤이르트 빌더스 대표도 참석했다. 회의 전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 구호를 모방해 우리나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한 그는 어제는 자유 미국, 오늘은 코블렌츠, 내일은 새로운 유럽이라고 역설했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으로 생겨난 흐름을 동화 알라딘의 요술램프에 나온 거인에 비유하면서 지니는 다시 호리병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덜란드 총선, 극우 제1당 가능성

 

올해 치러질 유럽 선거의 스타트가 될 3월 네덜란드 총선에선 빌더스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이 제1당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AFP통신은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자유당이 하원의원 150석 중 가장 많은 31~37석을 차지할 것으로 조사됐다고 16일 보도했다. 2012년 총선에서 41석을 차지했던 현 집권 여당은 23석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빌더스 대표는 반()이슬람주의자로 총선 출마 선언문에서 모스크와 코란 금지, 국경 봉쇄 등을 공약했다. 자유당이 지난해 발의한 넥시트’(네덜란드의 EU 탈퇴) 국민투표 추진법은 하원에서 부결됐다.

 

자유당이 1당이 되더라도 연정을 구성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프랑스 대선과 9~10월 개최될 독일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4선 도전을 선언한 독일에서는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15%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프라우케 페트리 AfD 대표는 극우정당 회의에서 우리는 자유로운 조국을 원한다고 말했다. EU 탈퇴를 주장하는 이탈리아 북부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도 회의에 참석했다. 실업난과 난민의 대량 유입에 이어 무장 세력까지 등장하면서 프랑스·벨기에·독일 등 유럽 지역에선 유권자들이 기존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당선이 이 같은 기류에 기름을 부은 상황이다.

 

코블렌츠 회의장 밖에선 독일 주류 정당 관계자들이 집회를 열고 포퓰리즘을 비판했다. 하지만 올해 유럽 선거 결과에 따라선 EU의 결속이 흔들리거나 파리기후협정 같은 기존 조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 3의 트럼프가 유럽에도 나타날 조짐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

 

[출처: 중앙일보] 트럼프 취임 신난 유럽 극우들 이젠 우리가 일어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