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2차대전 얄타회담 상황"
출처: 매일경제, 입력 : 2017.01.18 18:03:59 수정 : 2017.01.19 07:03:06
◆ 다보스포럼 / 도미니크 바턴 맥킨지 회장 다보스 현지 인터뷰 ◆
"현 상황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두고 열린 얄타회담 당시와 비슷하다."
17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스위스 스키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인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과 면담한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도미니크 바턴 회장이 내린 최근 국제정치 상황에 대한 진단이다.
얄타회담은 독일 패망이 확실해지면서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2월 독일 분할 점령 등 전후 세계 질서 재편을 위한 아이디어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영국·소련 정상이 머리를 맞댄 회담이다. 회담 당시 미국과 소련은 우호적인 관계였지만 이후 사이가 틀어지면서 냉전이 시작됐다.
바턴 회장은 전후 세계 질서 재편의 신호탄이 된 얄타회담 당시와 현재 반세계화·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는 극우 포퓰리즘이 활개를 치면서 초래된 신글로벌 무질서(new global disorder) 상황을 대체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엇비슷하다고 봤다. 특히 그때나 지금이나 전통과는 거리가 먼 개성 강하고 카리스마를 갖춘 정상들이 주요 국가 리더십을 쥐고 있다는 게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바턴 회장은 "얄타회담에 참석한 정상은 영국 처칠 총리, 소련 스탈린,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었고 현재는 도널드 트럼프, 시진핑, 블라디미르 푸틴, 아베 신조가 있다"며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과거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턴 회장은 "아베 총리만 봐도 지나치게 밀어붙이는(pushy) 인물이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도 빼놓을 수 없다"며 "이들은 모두 한마디로 개성이 강한(maverick) 인물들"이라고 진단했다. 또 바턴 회장은 "푸틴이나 트럼프는 모욕을 당하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thin skinned)이 강한 지도자"라며 "자부심도 매우 강해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하는 것에 질색한다"고 평가했다. 일이 잘못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보면 그만큼 더 잘하려는 욕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일만 잘 풀리면 좋은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다.
하지만 독단적이고 과도하게 공격적인 리더십이 무리한 정책으로 연결되거나 실수라도 저질러 잘못되기라도 하면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이 커다란 리스크라는 게 바턴 회장의 진단이다.
바턴 회장은 "북한 어선이 해상에서 실수로 파손되는 불상사로 북한이 미사일을 일본에 쏘는 상황이 벌어지면 트럼프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 발전으로 북한 주민들이 외부세계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김정은 정권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 <용어 설명>
▷ 얄타회담 :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1945년 2월 4일부터 11일까지 소련 흑해 연안 크림반도 얄타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최고인민위원 등 정상들이 모여 독일 패망 후 미·영·프·소 4개국이 분할 점령하기로 하는 등 세계 질서 재편에 대해 의견을 나눈 회담이다.
[기획취재팀 : 다보스 = 위정환 부장 / 박봉권 부장 / 박용범 차장 / MBN = 이우진 기자 / 서울 = 이덕주 기자 / 박의명 기자 / 김하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