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뒤 英 실제 EU 탈퇴 때 브렉시트 충격"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6.11.02 03:07
"'소프트 브렉시트'는 환상일 뿐입니다. 2년 후쯤 영국이 실제로 유럽연합(EU)을 탈퇴하면서 큰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유럽의 금융 강소국 룩셈부르크의 민관 합동 금융 진흥 기관인 '룩셈부르크 포 파이낸스(Luxembourg for Finance·금융을 위한 룩셈부르크)'의 니콜라스 마켈〈사진〉 CEO(최고경영자)는 1일 "'충격이 적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뜻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는 영국 정치권이 막연한 희망을 담아 내놓는 수사일 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마켈 대표는 룩셈부르크가 제공하는 금융·투자 서비스를 한국 금융회사에 알리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마켈 대표는 "브렉시트가 야기하는 진짜 충격적인 '지진'은 EU 탈퇴 협상의 결과가 현실로 나타날 2018년 중반에 발생할 것"이라며 "최근 영국 정치인들이 앞다퉈 말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는 EU의 혜택은 입으면서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는데, EU의 속성을 감안하면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 6월 브렉시트 결정 이후 탈퇴 절차가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고 알려지면서 글로벌 시장은 비교적 빠르게 회복했는데, 마음을 놓기엔 이르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 런던에 근거지를 둔 금융회사들이 이미 유럽 내 다른 본부를 만들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인력과 기반 시설이 있는 런던을 완전히 떠나지는 않겠지만 사업의 상당 부분을 영국 밖으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유럽에 투자하면 안 되는 것일까. 마켈 대표는 "영국과 나머지 EU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영국의 경제는 큰 타격을 받겠지만, 나머지 유럽은 금융 관련 규제 강화 등의 체질 개선을 통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고 봤다. 그는 지금의 유럽을 "완벽하게 건강하진 않지만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긴 정도는 회복을 했다"고 평가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 나라)의 올해 3분기 경제는 전년보다 1.6% 성장했고,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5% 오르며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미미하게나마 성장세가 살아났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국 금융회사와의 협력을 위해 지난주에 중국도 다녀왔다는 마켈 대표는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에 대해선 "중국에서 (상하이 총영사로) 2년 동안 일하면서 느낀 것은 중국 지도부가 시장을 개방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것"이라며 "지난해 증시 폭락과 최근 위안화 가치 하락 등 시장의 출렁임은 이런 과정에서 불가피하지만 필수적인 통과의례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