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운전석이 비었네요…트럭·버스·배 ‘무인이동 시대’

상 상 2016. 10. 31. 17:40

[중앙일보] 입력 2016.10.31 01:00 수정 2016.10.31 01:00 | 경제 1면 지면보기

 

호주 광산에 무인트럭 69

미국은 무인 상업배송 성공

무인버스엔 ‘AI 비서탑재

완전 자율주행의 전 단계

한국도 원천기술 개발 온힘

 

지난 20일 미국의 스타트업 오토의 자율주행 트럭이 콜로라도 포트콜린스~스프링스 약 190구간을 2시간 동안 가며 캔맥주 5만 개를 실어 날랐다. 운전자는 고속도로 진출입 때만 운전대를 잡았고, 나머지 구간에서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모니터링만 했다. 리오 론 창업자는 자율주행 트럭의 세계 최초 상업 배송이라고 평가했다.

 

무인이동 기술이 성큼 생활 안으로 왔다. 스스로 주변 상황을 인식·판단해 목적지까지 주행하는 완전 자율주행차의 기술 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그 전 단계인 무인이동 기술을 적용하는 분야가 늘고 있 다.

 

30일 로이터·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과 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호주 광산회사 리오틴토는 서호주 얀디쿠지나 등 4개 광산에서 69대의 무인 트럭을 운영 중이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레이더를 이용해 정해진 경로를 오간다. 관리·점검은 수백떨어진 퍼스의 운영센터가 한다. 스웨덴의 볼리덴 광산에서도 볼보의 무인 트럭이 지하 1320m 갱도를 달리고 있다.

 

외진 곳에 위치한 광산은 일반 차량과 보행자가 없다. 또 정해진 경로를 반복적으로 오간다. 일반 도로처럼 복잡한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적어 기술을 도입하기가 수월하다.

 

물류배송 분야에서는 군집주행 기술을 눈여겨보고 있다. 다임러·볼보 등이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이 기술은 트럭 3~4대를 무선통신으로 연결해 선두 차량만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고, 뒤따르는 트럭은 자동으로 선두 차량과 속도를 맞춰 달리는 기술이다. 트럭 여러 대를 열차처럼 연결하는 식이다. 이 기술은 연료 소비를 15% 정도 줄이고, 트럭 운전자들에게 번갈아 쉬는 시간을 준다.

 

운전석이 아예 없는 무인버스도 프랑스 리옹,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센서·카메라를 이용해 문을 여닫고 승객들을 태운 뒤 정해진 노선을 오간다. 시속 20수준이지만 실제 도로에서 사람을 태우고 운행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진화했다는 평가다.

 

하반기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에서 운행을 시작할 무인버스 올리에는 인공지능이 탑재돼 길 안내를 하거나 맛집을 추천해 주는 등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런 무인버스는 인구 감소로 버스 노선이 폐지되는 시골 지역을 중심으로 이용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무인이동 기술이 도로 위에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롤스로이스 홀딩스는 원격으로 조종하는 무인 화물선을 개발 중이다. 오스마카르 레반데르 부사장은 선원들의 인건비를 줄이고, 연료 효율을 개선할 수 있어 운반 비용을 최대 22%까지 감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유모차 스마트비는 부모의 움직임을 인식해 스스로 움직인다. 월마트는 자율주행 쇼핑카트 특허를 출원했고, 에스토니아의 스타십 테크놀로지스는 배달용 자율주행 로봇을 선보였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 따르면 자율주행차는 레벨0에서 레벨4까지 5단계로 나뉜다. 차량이 모든 기능을 제어하고, 사람은 목적지만 입력하는 레벨4가 궁극적인 완전 자율주행차단계지만 아직까진 이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반면 레벨3은 전용도로 같은 제한된 조건에서 스스로 운행하는 조건부 자율주행차를 뜻한다. 무인주행 기술이 레벨3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우선 무인이동체의 상용화가 이뤄지면서 다양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인주행 기술이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로 들어가는 관문인 셈이다.

 

무인이동 기술만으로도 생활과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가 닥친다. 예컨대 상품을 배송할 때 고객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일반 배송에는 무인주행 트럭을, 초고속 배송에는 무인 드론을, 귀중품 등 특급 배송에는 사람이 운전하는 택배 차량을 배차하는 식이다. 윤창희 정보화진흥원 지능정보기술팀장은 차량공유 서비스 시장도 더 커져 가격이 낮아지고 접근성도 좋아진다운송수단의 개념이 제품에서 서비스로, 소유에서 소비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림자도 적지 않다. 당장 10년 안에 미국에서만 200만 명의 트럭 기사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프트웨어 오류나 해킹으로 인한 사고도 걱정거리다. 생명이 걸린 복잡하고 돌발적인 교통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구심도 여전히 남아 있다.

 

기술 개발 속도 내는 한국=선진국에 비해 다소 늦었지만 한국도 무인이동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운행을 목표로 무인버스를 개발 중이다. LIG넥스원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감시할 무인수상정을 내년 시범 운영할 예정이며, CJ대한통운은 자동 운송로봇 등의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30년 완전자율주행차 개발을 선언한 바 있다. 정부는 무인이동체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5무인이동체사업단을 발족하고 2018년까지 4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

 

[출처: 중앙일보] 운전석이 비었네요트럭·버스·무인이동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