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경제, 선장도 구명정도 안보인다

상 상 2016. 10. 17. 17:03

출처: 조선일보, 입력 : 2016.10.17 03:06 | 수정 : 2016.10.17 07:36


[길 잃은 한국 경제] [1]

 

절박한 현실 - 성장률, IMF 때의 절반청년실업·가계빚 2

안팎이 위기 - 수출은 두자릿수 급락하고 부동산 과열도 불안

답답한 정부 - 경제부총리·韓銀총재 '네 탓'구조조정은 정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불량 사태는 현재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한 다급한 시도가 '기술 한계'란 장벽에 가로막혀 7조원대 손실을 촉발했다.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한 대우조선해양도 비슷한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다. 범용 기술에선 중국에 이미 덜미를 잡혔고,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고차원 기술 영역인 해양 플랜트 분야를 넘보다 조선 3사가 총 10조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반세기 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빠른 추격자형(fast follower)' 경제 모델은 이미 수명을 다했다. IMF 외환 위기 직전(1996)과 현재 경제 상황(2016년 상반기)을 비교해 보면 일부 지표는 그때보다 훨씬 더 나쁘다. 성장률은 반 토막 난 반면(7.6%2.7%), 청년 실업률(4.6%9.7%)GDP 대비 가계 부채(53%90%)2배 수준으로 뛰었다. 반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선진국형 경제 모델(first mover)은 우리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은 채 값비싼 수업료만 요구하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 상황이다. 중국 경제 감속(減速), 유럽·신흥국 경제 침체 등 해외 변수로 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 과열 투기로 달궈진 건설 경기 덕에 겨우 연간 2%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년 건설 경기가 침체하면 성장률은 1%대로 곤두박질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가 좌표를 상실한 채 침몰하고 있는데도 비상 탈출을 지휘해야 할 선장(경제 사령탑), 승객들이 옮겨 타야 할 구명정(위기 타개책)도 안 보인다. 경제 현장에선 "이대로 가면 망한다'고 아우성인데, 정부 대응은 한가롭기만 하다. 재정과 통화·경제정책의 두 축을 관장하는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 부양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 바쁘다. 당면 현안인 기업 구조조정도 '시간 벌기'식 해법에 매달려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의 초고속 통신망 투자, 노무현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이명박 정부의 4대 강 개발 등 미래 세대를 위한 굵직한 정책 설계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

 

한국이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사이 경쟁국들은 치열하게 미래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 구조를 미국과 같은 소비 대국으로 전환시키고 세계경제의 '룰 세터(Rule-setter)'로 나서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라는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던졌고 내수 회복, 국민 사기 진작 면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경제 운용에 관한 한 무능·무책임·무기력의 '3() 정부'로 전락한 현 정부에 대해 국민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26%까지 떨어져 콘크리트 지지선이 깨진 것은 이런 민심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방현철 기자